▲ '다삶독서회' 회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책에서 '가능성'이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났어요. 저는 사고가 나기 전인 20살 때까지 제 가능성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사고 후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가 제 가능성의 많은 부분을 너무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지난달 30일 오후 2시 김해도서관 1층 가락국실. 휠체어를 탄 사람들 10여 명이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라는 책을 앞에 놓고 모여 앉았다. 누군가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이야기하자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경청한다. 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김해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다삶독서회'의 모임 풍경이다.
 
김해도서관에서는 총 5개의 독서회를 운영 중이다. 주부 대상 독서회 2개와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대상 독서회가 각각 1개씩이다. 그 중 주부들을 대상으로 지난 1986년부터 시작된 '울타리독서회'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모임이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임이기도 하다. 40대 이상 중년여성들이 주축을 이루는 이 독서회의 초기 멤버 중에는 조민자 시인 등 등단한 사람도 여럿이다.
 
독서회를 담당하고 있는 윤순점(45) 사서는 "시민들의 친목도모와 토론문화 정착, 독서의 생활화가 독서회의 목적"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나누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끔 한다는 의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새김이독서회'의 경우에는, 책을 읽고 사회문제와 연결해 이야기해 보는 시사토론시간이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독서회 진행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회원들이 의견을 모아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한다. 다음 모임 때까지 해당도서를 읽고, 각자 기억에 남는 구절이나 떠오르는 생각 등을 A4 용지 한 바닥 분량으로 작성해 '북토크 자료'를 만든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의 주관이나 경험 등이 다 다르다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보통 2시간 동안 모임이 진행되는데,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띤 토론이 오갈 때도 있다고 한다.
 
단, 어린이들이 참여하는 '생각나무독서회'는 독서지도교사가 책에 대해 설명하며 수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다삶독서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태진(32) 씨는 "혼자서 책 읽는 것이 쉽지 않아 자꾸 책이 밀릴 때가 있는데, 독서회에 참여하면서부터는 무조건 읽게 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독서회에서 읽은 책 중 장애인문제를 다룬 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를 최고로 꼽기도 했다.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다삶독서회의 특성상, <도가니>를 읽고 각자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독서회에 참여중인 허남철(43) 시인은 "이 독서회는 특히 장애인같은 문화소외계층의 문화향유권을 독서활동에 접목시켜, 스스로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사서는 "올해 연말에는 각 독서회에 작가들을 초청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문학-인간을 자유롭게 하다'라는 주제로, 지난달 30일 다삶독서회에는 <가짜 한의사 외삼촌>을 쓴 동화작가 최미선 씨가, 지난 4일 징검다리독서회에는 시조시인 김연동 씨가 참여했다. 오는 21일에는 다시 다삶독서회에 <너만의 냄새>를 쓴 동화작가 안미란 씨가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김해도서관을 비롯해 칠암, 장유, 화정글샘, 진영한빛도서관 등에서 운영 중인 독서회는 총 17개이며, 참여 중인 인원은 270여 명에 이른다.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