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운영된 여성 모임 
매주 한 번 수업으로 실력·능률



김해도서관 만장실은 금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지난달 24일 검정 앞치마를 맨 중년 여성이 물을 가득 넣은 물통을 들고 만장실로 들어갔다. 뒤를 따라가 문을 열어 보니 중년 여성 20여 명이 긴 테이블에 둘러앉아 붓을 들고 민화를 그리고 있었다. 이곳은  2013년 3월에 개설한 민화 동아리 '여인의 향기' 수업공간이다.
 
김은영(48·여) 회장은 "개설 당시 회원들 사이에 신사임당의 초충도 작품이 한창 인기였다. 회원들이 그린 그림을 보면 항상 꽃과 벌레를 소재로 한 초충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꽃에는 향기가 나는 법이다. 회원들의 붓에는 항상 꽃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동아리 이름은 중년 여인들이 만들어내는 향기라는 의미를 담아서 짓게 됐다"고 소개했다.
 

▲ '여인의 향기' 회원들이 김해도서관 만장실에 모여 민화를 그리고 있다.

회원들은 만장실에 오면 제일 먼저 한지 위에 아교풀을 여러 번 발라 한지 색 바꾸는 작업을 한다. 아교풀은 물감이 한지에 퍼지지 않는 역할도 해 절대 빼먹을 수 없는 과정이다. 그 후 한지가 누런색으로 바뀌면 본래 있던 민화 작품의 선에 맞춰 한지 위에 연필로 따라 그린다.
 
회원 하형미(48·여) 씨는 "9월부터 동아리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할 거란 생각을 했는데 다들 자매 같이 친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 그리고 있는 작품은 꽃이다. 연필로 선을 따라 그려서 본을 뜬 후 얇은 세필 붓으로 먹을 새긴다. 아교풀을 발라서 먹이 번지지 않는다. 아직은 초보여서 석 달에 작품 2개 정도 만들지만 열심히 배워서 하루빨리 어려운 민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여인의 향기' 회원들은 '본뜨기'가 끝나면 민화 채색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테이블 위에는 초 붓, 바림 붓, 채색 붓, 먹선 붓 등 갖가지 붓이 펼쳐져 있다. 한국화 채색 물감은 여러 색을 섞어 필요한 색깔을 만들어 놓는다. 물통에 가득 찬 물과 본을 뜬 한지까지 챙긴 후 본격 채색을 시작한다. 이때 색을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선 물감을 연하게 여러 번 덧칠해야 한다.
 
회원 엄석순(64·여) 씨는 "멋있게 늙고 싶은 마음에 민화라는 취미 생활을 갖게 됐다. 사위가 '민화 공부하는 장모님'이라는 별명도 붙여줬다. 옛 그림을 그리면 마음에 안정이 온다. 집중하다 보니 치매 예방에도 도움 되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부채에 민화를 그려 이웃에게 선물해 준 적이 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자랑했다.
 
회원 차경화(51·여) 씨는 "지금 상상의 새 봉황을 그리고 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색으로 화려하게 그려야 한다. 살아있는 생물인 만큼 생동감 표현이 중요하다. 민화 그리기는 집중력 향상 외에도 많은 사람과 교류의 장을 열어줘 갱년기 극복에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엔 작품을 친구들에게 구경시켜줬는데 감탄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뿌듯함과 행복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문서영(인제대 신문방송학과) 인턴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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