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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속 개구리’된 한국경제강한균의 경제칼럼
  • 수정 2017.12.13 09:47
  • 게재 2017.12.13 09:40
  • 호수 351
  • 9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report@gimhaenews.co.kr)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20분은 한국경제가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치욕스런 순간이었다.

태국에서 촉발된 외환위기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한국까지 오는데 불과 수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선진국 협력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자화자찬 한지  만 1년도 지나지 않은지라 더욱 씁쓸했다. IMF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3년 8개월 후 한국은 빌린 돈 195억 달러를 모두 갚고 빼앗긴 경제주권을 되찾아 왔다.

훗날 한국의 외환위기 발생 원인에 대한 시중의 멋쩍은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당시 영어를 잘 못하는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나 How are you?(안녕하십니까)라고 해야 할 것을 Who are you?(당신은 누구십니까)로 잘 못 발음했다. 그러자 미국 대통령이 유머로 받아 I'm Hillary's husband (나는 힐러리 남편입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한국 대통령이 Me too (나도 그렇습니다)라고 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 지고 화가 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금융지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일화는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영어를 잘 못하는 일본 총리가 당사자로 지목되어 일본 열도에도 화제가 되었다. 급기야 총리 비서실에서는 '우리는 아니다. 아시아의 어떤 대통령이 그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다'는 해명자료까지 내놨다.

지난달 북핵 논의 차 아시아를 방문해 무기판매에 한껏 열을 올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주리주 홍보 유세에서 아시아 정상들을 희화화해 논란이 일었다.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요구에 아시아 정상들이 머쓱해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받아들였다는 제스처를 흉내 낸 것이다. 아시아 정상들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눈을 크게 뜨고 몸을 떠는 듯 '음음' 소리를 내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린 모습을 재현하면서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트럼프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에는 아시아 정상들이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했다는 모욕적인 뉘앙스가 깔려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은 미국인이 한국어를 잘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전혀 주눅들 필요도 없다. 이제 한국어도 한류의 물결을 타고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지 않은가.

외환위기의 근본 원인은 개방의 흐름 속에서 세계화의 파고를 넘지 못한 고비용 저효율 경제구조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됐다. 외신들은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고 충고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방어하기 위한 1달러 당 800원 대의 무리한 환율정책, 국내금리 보다 싸다고 겁 없이 단기 외채를 차입해 대박을 노린 금융기관, 부채가 자본의 4배에 이르는 대기업, 노조의 정리해고 거부, 가계의 과소비와 해외여행 등 각종 부실이 어우러진 총체적 산물이었다. 여기다 연간 200억 달러를 넘는 경상수지 적자는 총 외환보유고와 맞먹었다.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간다는 비호의적인 블룸버그 통신의 기사 몇 줄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서둘러 철수했다. 부랴부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일본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OECD까지 가입하고 금융시장을 제대로 개방하지 않던 한국은 미국 월스트리트에 이미 미운 털이 박혀있는 터였다.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불러도 오지 않은 대리기사만 원망할 수는 없지 않은가.

IMF 체제에서 미국의 헤지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해 수조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론스타는 아직도 한국 정부에 대해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다.

다수의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현재 한국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라고 표현한다. 그 냄비를 탈출하는데 남은 시간은 3년 정도라고 한다. 정답은 개혁 뿐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정작 자신이 개혁 대상이 되면 절대 반대다. 현 정부 개혁의 성공은 독일 슈뢰더 정부처럼 차기정권을 잃을 수 있다는 각오로 기득권의 반대를 무릅 쓰고 개혁로드맵을 실천할 용기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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