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충사를 등진 채 마주한 옥포 앞바다. 고상한 기와지붕과 깊어진 겨울 바다가 장관을 연출한다.



이순신 장군 기념 목적 1996년 6월 조성
충무공 사당, 기념탑, 옥포루 등 들어서

홍살문, 외삼문 사이 판옥·거북선 모형
눈 돌리면 아름다운 해안절경에 감탄

방파제엔 한가로이 세월 낚는 낚시꾼
425년 전 전투 잊은 듯 평온한 물소리만




"내가 죽지 않는 동안에는 적이 감히 침범하지 못할 것이다." 
 
역사 현장을 둘러보며 겨울 바다의 색다른 정취도 느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다가 문득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떠올렸다. 임진왜란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은 불패 신화의 주인공. 이 위대한 영웅의 얼이 서린 경남 거제를 목적지로 정했다.
 
김해를 출발해 가덕도, 거가대교를 지나 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크고 아름다운 섬, 거제에 닿는다. 목적지인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옥포만이 내려다보이는 해안가에 위치해있다. 임진왜란 발발 이후 이순신장군이 첫 승전한 옥포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매표소를 거쳐 공원 안으로 들어섰다. 지금까지는 유료입장이었지만 이달부터는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했다. 뒤에는 산이, 앞에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다. 숨을 크게 들이켰다. 향긋한 나무냄새와 짭조름한 바다냄새가 한꺼번에 콧속으로 밀려들어왔다. 산과 바다를 지척에 두고 어디를 먼저 둘러봐야할지 잠시 망설여졌다. 결국 주차장 끝에 설치된 공원 안내도에서 힌트를 얻어 나름의 동선을 정했다. 
 

▲ 이순신 장군이 옥포해전을 치를 때 사용했던 '판옥선'.

옥포대첩기념공원은 지난 1996년 6월 현재 위치에 개원했다. 약 10만m²의 규모에 기념관과 이순신장군 사당, 기념탑, 옥포루 등이 들어서있다. 먼저 가까운 기념관으로 향했다. 기념관에 마련된 두 개의 전시실은 충무공과 임진왜란에 대한 기록을 상세히 보여준다. 전라좌수영 탁본비와 현자총통, 난중일기 사본, 옥포해전 해전도 등의 유물이 진열돼 있다. 
 
옥포해전은 임진왜란 때인 1592년 5월 이순신 장군이 처음으로 출전한 전투다. 전라좌수사로 여수에 머물고 있던 그는 원균의 경상우수사가 왜적에 무참히 패했다는 연락을 받고 옥포로 향했다. 판옥선 24척과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을 이끌고 사흘 만에 원균의 6척 배와 합류했다. 이날 낮 12시쯤 조선 함대는 왜적선 50여 척을 발견하고 포격을 가해 26척을 격침했고, 이는 임진왜란 최초의 승리 해전으로 기록됐다. 이후 장군은 명량대첩까지 23전 23승의 무패신화를 이어갔다. 
 
기념관 오른쪽에는 이순신장군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홍살문과 외삼문 사이에 전시된 두 척의 큰 모형 배가 눈에 띈다. 판옥선과 거북선이다. 이순신 장군을 상징하는 것은 거북선이지만 사실 옥포해전에서 그는 판옥선만으로 전투를 벌였다. 이 배는 조선 수군의 주력전투함으로 나중에 거북선을 건조하는데 기초가 됐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효충사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효충사를 등진 채 바다를 마주보고 섰다. 사당의 기와지붕과 시린 바다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넋을 놓고 계단에 잠시 앉았다.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연신 '예쁘다'는 탄성을 쏟아내며 지나갔다. 따뜻한 햇살과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산과 바다가 공존하고, 겨울의 정취가 함께 머무는 찰나였다. 
 

▲ 이순신 장군 사당 전경.

이순신장군 사당에서 기념탑까지는 도보로 약 10분 정도 소요됐다. 탑의 높이가 30m이므로 멀리서도 제법 잘 보였다. 낙엽이 깔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가벼운 산책을 하는 기분으로 걷기에 아주 좋은 코스다. 기념탑 아래에는 전망대를 겸하고 있는 팔각 정자 '옥포루'가 서 있다. 옥포루에 올라 바다 쪽을 바라보며 한 번 더 깊은 숨을 내쉬었다. 하늘도 바다도 푸른색 일색이다. 저 멀리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보였다. 
 
옥포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수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조선소가 입지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요즘 국내 조선업계가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순신 장군이 직접 설계하고 감독 제작한 거북선은 그 제조기술이 당시 서양보다 250년 앞섰다고 한다. 이미 그 때부터 우리나라 조선기술이 발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빨간색 등대를 기준으로 조선소 왼쪽에는 잔잔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누군가 자를 대고 선을 그은 듯 하늘과 바다가 정확하게 반반으로 갈렸다. 방파제에는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425년 전 그날의 치열했던 전투는 모두 잊은 듯 평일 오후 옥포대첩기념공원은 평온하기만 했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무렵 공원을 나섰다. 아쉬움을 숨기지 못한 푸른빛의 하늘과 바다가 복숭아 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김해뉴스 /거제=이경민 기자 min@


▶옥포대첩기념공원 / 경남 거제시 팔랑포2길 87.
가는 방법 = 김해여객터미널에서 고현버스터미널로 이동, 32번 버스(능포 종점 방면) 탑승 후 팔랑포 정류장에서 하차. 옥포대첩기념공원까지 약 1.82km 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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