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환 씨가 프랑스 툴롱에서 열린 갤러리 오픈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

 


김해서 만났던 씨몽 씨 초대
갤러리 오픈식 참석 경험

환경보호 일상화 ‘눈길’
철 지난 누드비치·고성 관광

4일간 꿈의 시간… 아쉬운 작별
2년 뒤 한국서 재회 약속




프랑스 툴롱은 유명관광지 니스해변과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나라 진해랑 비슷한 느낌의 '해군도시'이다. 툴롱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씨몽 아저씨의 집이었다. 아저씨의 아내는 한국 사람인데, 이름이 '손보리'였다.
 
두 분은 약 20년 전 프랑스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 근처에 살았지만 자주 비가 오는 날씨를 피해 남부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계속 파리에 살았으면 관광도 시켜주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사실 아빠와 나는 괜찮았다. 나름 즐겁게 파리 관광을 하고 왔기 때문이다.
 

▲ 최지훈 군이 툴롱 시내를 배경으로 씨몽·손보리 부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분의 직업은 미술 아티스트이다. 파리에서 전시회도 많이 열었다고 한다. 우리가 툴롱에 도착한 날은 마침 씨몽 아저씨가 친구의 전시회에 초대된 날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예술의 고장, 프랑스에서 열리는 갤러리 오픈식에 참석하게 됐다. 툴롱 시내까지 일반버스를 타고 갔다. 시내에는 상점들이 많았다. 그 사이로 난 골목을 따라 걷다보니 분수대가 있는 조그만 광장이 나왔다. 갤러리는 광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전시회를 연 작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인사를 나눈 뒤 작품설명을 들었는데 눈에 띄는 미술품이 몇 점 있었다. 수많은 녹색 맥주병들이 벽면 가득 철조망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게 작품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누군가 전시된 작품이 좋아 구매를 하게 되면 구매자가 원하는 장소에 작품이 똑같이 설치된다고 했다. 역시 예술 세계는 쉬운 듯 어려웠다. 뭔가 느낌이 알쏭달쏭했다. 
 
갤러리는 미니바와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전시회 관람 후 우리는 바로 옆 미니바로 향했다. 많은 예술인들이 그곳에서 칵테일과 맥주, 음료를 마시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이날 처음 만난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한국을 출발해 몽골, 중앙아시아, 터키를 거쳐 유럽까지 온 이야기를 듣고는 다들 엄지를 치켜세우며 "판타스틱"을 외쳤다. 갤러리 오픈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씨몽 아저씨의 집으로 돌아왔다.
 
씨몽 아저씨의 차는 수리 중이라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3일 간 자동차를 빌렸다. 한국에서는 전문 업체를 통해 차를 빌린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일반인들도 자가용을 사용하지 않을 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대여할 수 있었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았다. 
 

▲ 최지훈 군이 프랑스 해산물 요리를 즐기고 있는 모습, 오래된 스포츠카 위에 올라탄 최정환 씨, 툴롱에 도착한 날 씨몽이 촬영한 최 씨 부자의 기념사진(왼쪽부터 차례대로).

아저씨는 스포츠카를 빌렸다. '르노'라는 자동차 회사에서 단 400대만 생산한 아주 오래된 차였는데,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엔 최고였다. 유럽에 다니다보면 오래된 자동차들이 많이 보이는데 하나같이 관리가 잘 돼 있었다. 모양이 예쁘고 특이했다. 낡은 것이라도 고쳐 쓰고 나눠 쓰는 게 유럽의 문화인 것 같았다. 
 
씨몽 아저씨와 오픈카를 타고 툴롱 일대를 구석구석 구경했다. 철 지난 누드비치에도 가보고 오래된 성에 올라 시내전경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름 모를 바닷가에 들러 신나게 수영도 하고  레스토랑에 들러 프랑스식 해산물 요리도 먹었다. 어른들은 식사를 할 때 항상 와인을 함께 마셨다. 
 
하루는 아빠가 아침에만 열리는 시장에서 생선을 구입해 와 요리를 해주었다. 씨몽 아저씨는 맛있다며 먹는 내내 칭찬을 했다. 집 근처 시장에는 많은 가게들이 있었는데, 아저씨는 가는 곳마다 우리를 소개해주었다. 덕분에 가게 사장님들이 서비스로 음식을 많이 주셨다. 
 

4일을 툴롱에서 보내고 씨몽 아저씨네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아저씨와 보리 이모, 아빠, 나 모두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20년 동안 프랑스에서 산 보리 이모는 그동안 잊고 지내온 한국이 그리웠나보다. 내후년에 한국을 방문할 거라고 했다. 그 때 꼭 우리 집에서 지내고 아빠 가게에도 방문하기로 했다. 따뜻한 프로방스의 툴롱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김해뉴스 /최정환·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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