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서, 노인 자살 연이어 발생
외로움·빈곤·우울증 등 원인



지난달 30일 50대 딸 부부와 살고 있던 A(98) 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같은 날 오후 9시께 딸이 노인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A 씨의 아내에게 면회를 간 사이 홀로 집을 나섰다. 집 주변을 배회하던 A 씨는 거주지 인근 가로수에 목을 맺다. 길을 지나던 행인이 A 씨를 발견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유가족들은 A 씨는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지 병 없이 건강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최근 지인들에게 '오래 살아 자식에게 짐이 된다. 남들한테 부끄러워 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지난 10월에도 우울증을 앓던 B(78)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척추 수술 이후 건강악화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고 한다. 아내 C 씨와 함께 살고 있던 B 씨는 집에 아무도 없는 사이 오후 6시께 18층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그는 유서에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고, 홀로 남은 아내를 잘 부탁한다'라고 남겼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김해지역에서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하루 빨리 구축돼야한다고 지적한다.

12일 김해시에 따르면, 김해시 전체 인구 53만 여 명 가운데 김해지역 65세 이상 인구(11월 기준)는 총 5만 773명(9.5%)에 이른다. 이중 독거노인은 1만 2000여 명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24%를 차지한다. 지난해 김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총 129명이다. 10만 명 당 연령표준화 사망률 23.1%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원인으로 외로움, 우울증 등으로 보고 있다. 김해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기대 수명이 높아지면서 지병, 경제적 빈곤, 외로움 등으로 세상을 등지는 노인 자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 도심길을 홀로 걷는 노인.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김해뉴스DB

실제로 자살 상담 기관인 사회복지법인 경남생명의전화에도 노인들의 자살 상담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경남생명의 전화 부설 노인의 전화 관계자는 "2015년부터 자살 예방을 위해 '찾아가는 상담소'를 운영했다. 상담소에 찾아온 65세 이상 노인은 2015년 150여 명, 지난해 120명이었다. 노인 자살의 원인은 독거노인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부모 재산 두고 일어나는 자식 갈등, 우울감 등이다. 노인 자살 상담전화도 꾸준히 오고 있다. 현재 자살 상담했던 노인 중 자살 위험이 높은 7명을 지속적인 전화 상담으로 관리 중이다"고 말했다. 김해시 노인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진다. 노인 10명 중 7~8명이 우울증을 가지고 있다. 자식과 동거하는 노인들은 자식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한다. 김해지역 노인통합지원센터 6곳에서 차상위계층 등 지원 대상자를 관리·지원하고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사회복지과 이영호 교수는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서 '내가 쓸모없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 등 비관적인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별 복지관에서 노인에게 지지와 관심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에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한다. 복지 인력이 부족하다면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조언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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