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극우' 생생한 이야기 담겨
고령 백인 노동계급 감정에 주목



루이지애나. 화학 물질 오염 등 환경 위기가 심각하고 교육 수준이 낮은 데다 주예산의 절반 가까이(44%)를 연방 정부에 기대는, 미국에서 가장 못 사는 지역이다. 미국 내 인간 개발 지수와 아동 행복 수준은 50개 주 가운데 49위며, 건강 순위는 꼴찌일 만큼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 어느 곳보다 보수적인 곳이기도 하다. 왜 가장 가난한 동네서 보수 꼴통의 '성조기 부대'가 결성된 것일까. 
 
<감정노동>과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하는 남자> 등으로 유명한 앨리 러셀 혹실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인생의 대부분을 진보 진영인 '파란 미국'에서 보냈다. 그런 그가 주민 절반이 티파티를 지지하는 보수적인 동네인 '빨간 미국'의 대표주자 루이지애나로 들어갔다. 
 
지난 2011~2016년 5년간 10차례에 걸쳐 루이지애나의 티파티 핵심 지지자 40명과 관련자 20명을 심층 인터뷰해 4690쪽에 이르는 기록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완성해낸 책이 <자기 땅의 이방인들>이다.  
 
저자가 이처럼 미국 우파의 심장부에 발을 디딘 것은 온갖 재앙과 불평등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정부 규제 철폐를 외치고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책엔 이른바 '풀뿌리 극우'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겼다. 늪강에 폐기물을 투기한 장본인이라고 밝힌 83세의 리 셔먼, 의료보험판매사인 싱글맘 섀런 갈리시아를 비롯한 열렬한 티파티 지지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달려왔지만, 흑인, 여성, 이민자들 등 '줄에서 새치기하는 이들'이 미국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기독교를 믿는 나이든 백인 노동 계급이나 중간 계급 남성'으로 대표되는 이들. 저자는 이들의 이같은 감정에 주목한다. 
 
진보주의자들로부터 경멸의 대상이 됐다는 데 대한 분노, 연방정부에 의존하면서도 혐오하는 이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공감하는 것. 어쩌면 진보와 보수의 깊은 골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일 수 있다.
 
책 말미엔 흔한 오해에 대한 진실을 기술해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복지에 기대는 사람들은 우리 납세자들이 주는 돈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간다'는 오해의 경우 '미국에서 가장 가난한 20%의 사람들은 2011년 전체 소득의 37%만 정부에서 받고 나머지는 일해서 받은 급여'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책 읽는 내내 한국이 겹칠 수밖에 없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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