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티샤리씨가 14개월된 딸 이정이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김해시 내동에 가면 베트남에서 시집 온 가영씨가 운영하는 식당이 있다. 아귀찜을 주 메뉴로 하는 '시골 밥상'이다. 일은 고되지만 남편 덕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고티샤리(한국이름 고가영·25) 씨. 얼굴엔 오늘도 웃음이 넘친다. 남편 최성욱(39·생림면 마사리) 씨의 눈에도 그런 아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가영씨 부부는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꼬박 12시간이 넘게 함께 일한다. 그래서 더 각별하다. 남편 최씨는 "결혼 한 지 6년 됐는데 12년을 함께 산 것처럼 서로에 대해 잘 안다"며 "고생도 많이 시켜 그만큼 더 잘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가영씨는 그런 남편이 항상 고맙기만 하다. 가영씨 부부의 휴일은 한 달에 두 번 뿐이지만 그 날만큼은 데이트 하는 기분으로 외식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가영씨도 처음엔 힘든 일이 많았다. 지난 2004년 11월,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먼길을 건너 왔지만, 가영씨는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난 가영씨가 한국에 들어올 때 할 줄 알았던 한국말은 "안녕하세요"가 전부였다. 남편과도 베트남 호치민에서 한 번 만난 게 전부라 말도 통하지 않았다. 더구나 식당을 운영하는 남편을 도와야 했기에 음식도 배워야 했다. 당시 19살 어린 나이의 가영씨가 적응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남편과 시어머니는 큰 힘이 됐다. 시어머니는 가영씨에게 콩나물 다듬는 법부터 차근차근 가르쳤다. 틈나는 대로 한국말도 열심히 알려줬다. 남편 김씨도 아내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서점에 가서 베트남 사전도 구입했다. 남편 최씨는 "나도 아내를 이해하고자 베트남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가영씨의 한국어 실력은 날로 늘어갔고, 결혼 생활도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가영씨는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얼마 전엔 홈플러스에 장을 보러 갔다가 고향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가영씨는 베트남 사람은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 봐 금방 친구가 된다고 했다.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고향친구는 가끔 가영씨를 통해 아귀찜을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2년 전에는 사랑스런 딸 이정(2)이도 태어났다. 14개월 된 딸 이정이는 엄마와 아빠를 반반씩 쏙 빼닮았다. 이정이가 갓 태어났을 땐 친정엄마가 와서 6개월 정도 돌봐 줬다. 지금은 이정이가 놀이방에서 돌아오는 오후 5시부터 온 가족이 번갈아 가며 돌본다. 이정이는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베트남 노래에 따라 춤도 곧잘 춘다. 가영씨는 앞으로 이정이에게 한국어는 물론 베트남어도 가르쳐줄 생각이다.

남편 최씨는 다문화 가정의 차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한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2년만 참고 기다리면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게 될 거예요. 모든 게 낯선 아내를 믿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건 남편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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