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와 동생 윤일주 '동시' 모아 
엄혹했던 실제 삶과 겹쳐 큰 감동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 그는 탁월한 시를 써서 일제 강점기의 암흑 세상을 밝혀주었다. 엄혹한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시로 유명하지만 윤 시인은 일찍이 동시를 잘 쓰는 작가였다. 평양 숭실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해 연희 전문학교 문과 1학년 때까지 동시를 썼다. 그런데 우리 민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절실하게 담은 그의 시가 하도 뛰어나다 보니 그가 먼저 쓴 동시들이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덜 받게 되었고 윤 시인의 동시를 아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민들레 피리>는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와 그의 동생 윤일주의 동시를 묶은 책이다. 많은 이들이 알지 못하는 윤동주와 윤일주 형제의 동시는 맑고 아름답다. 삶의 행복이 넘친다. 어린아이들은 언제나 동시를 쓸 수 있지만 어른은 행복할 때만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고 동시를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민들레 피리>는 국민 시인 윤동주와 윤일주 형제의 행복을 오롯이 담고 있다. 1945년 감옥에서 형을 떠나보낸 동생 윤일주는 평생 형을 깊이 존경하고 사랑했다. 윤동주 시인도 10살 어린 아우를 몹시 사랑했다. 윤일주는 서울대학교에서 건축학을 전공하고 성균관대 교수로 후학을 기르면서 학자로 살았지만 평생 형을 그리워하며 동시도 썼다. 형 윤동주 시인이 그의 마음에 늘 크게 자리잡고 진정한 행복의 근원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형제의 시는 닮아서 아름답고 달라서 더욱 빛난다.

'바닷가 사람/물고기 잡아먹구 살구/산골엣 사람/감자 구워 먹구 살구/별나라 사람/무얼 먹구 사나'(윤동주 '무얼 먹구 사나'). 

'별 총총한 밤에/바다 꿈을 꾸며 자는 산골 아이/바다는 파란 바다 끝이 없는데/돛단배에 앉아서 가고 있었다/별 총총한 밤에/산골 꿈을 꾸며 자는 바닷가 아이/산길은 꼬불꼬불 끝이 없는데/하얀 꽃을 따면서 가고 있었다' (윤일주 '꿈').

바닷가 아이와 산골 아이가 등장하는 형제의 시는 닮았지만 한편으로 자기만의 시 세계가 분명하다. 윤일주 시인은 형 윤동주의 정신을 이으면서도 자기만의 시를 써 나갔다. 사실 윤일주를 잘 몰랐던 독자들은 이번 책을 통해 국민 시인 윤동주와 닮았지만 한편으로 고유한 자기만의 세계를 가진 새로운 시인을 알게 될 것 같다.

윤동주와 윤일주, 두 사람의 동시는 그들의 실제 삶과 겹쳐 더 큰 감동이 있다. 우리말을 함부로 쓸 수 없던 엄혹한 시절을 살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끊임없이 좋은 시를 쓰기 위해,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애썼던 형 윤동주와 그런 형의 모습을 따르고 기리며 자신 또한 형처럼 아름다운 시인의 길을 걷고자 한 동생 윤일주였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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