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2017년 히트 상품과 그 속에 숨은 의미를 살펴볼까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품은 단순히 물리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각종 사건과 서비스, 사회현상 같은 것들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매년 여러 매체에서 히트 상품을 소개하고 있지만, 여기서는 그 중 세 가지 매체에서 선정한 것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먼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7년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리뉴얼 과자, 무선청소기, VR 서비스와 관련 상품, 인터넷 전문은행, 인형뽑기, 택시운전사(영화), 푸드트럭, 홈 트레이닝, 횡단보도 그늘막, 힐링 예능을 선정하였습니다.

다음은 <매경이코노미>에서 선정한 '2017년 10대 히트상품'입니다. 삼성 갤럭시S8, 비트코인(가상화폐), 배틀그라운드(게임), 카카오뱅크(금융), 택시운전사, 제네시스G70(자동차), 전자담배, AI(인공지능) 스피커, 무선청소기, 방탄소년단 등이 선정되었네요.

가까운 일본의 트렌드도 한번 살펴볼까요? 일본의 유명한 트렌드 분석매체인 <닛케이 트렌디>에서 2017년 30대 히트 제품을 발표했는데요. 그 중에서 10위까지만 소개해드리면, 닌텐도 스위치(게임기), 메이지 더 초콜릿, 크라우드 펀딩, 식재료 세트 밀키트(Meal Kit), 비트코인, 크래프트 보스(페트병 커피), 링클 쇼트 메디컬 세럼(화장품), 대형 닭고기 꼬치구이, 아넬로 가방, 핸드 스피너(장난감) 순입니다.

이 중에서 좀 익숙한 것들이 있으신가요? 혹시 연세가 좀 있는 분이라면 생소한 것들이 많을 듯싶은데요. 히트 상품 선정과정은 매출액과 사람들의 관심도가 반영되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60세 이상 연령층의 트렌드가 충분히 반영되기 어렵죠.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고령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지경이니 앞으로는 시니어 세대의 관심사와 소비 트렌드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듯합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히트 상품들에서 몇 가지 트렌드 흐름을 짚어낼 수 있는데,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라이프 스타일을 지원하는 새로운 기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선청소기나 카카오뱅크, 일본의 식재료 세트 밀키트처럼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거나 AI 스피커, 홈 트레이닝처럼 새로운 스타일을 구현하는 수단이 되는 것들이죠.

둘째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수요자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입니다. 은행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터넷 전문은행, 무더위에 생활밀착형 행정으로 호평을 받은 '횡단보도 그늘막', '요구르트 젤리'처럼 익숙한 기존 제품의 형태나 패키지를 바꿔서 출시하는 리뉴얼 과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셋째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적 가치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형뽑기, 푸드트럭처럼 간편하고 저렴하게 작은 재미를 제공하는 서비스에서부터 대통령을 바꾼 지난 겨울의 촛불혁명, 2017년 첫 1000만 관객 영화로 기록된 '택시운전사'도 평범한 시민이 비범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치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지난 한해 많은 것들이 변했고, 다가오는 무술년(戊戌年) 새해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들로 채워지겠죠. "우주에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라고 한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말이 그 어느 때보다 와 닿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거꾸로 '변하는 것들의 변함없는 본질 속에 진정한 삶의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가올 새해에 변해야 할 것들과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독자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며 아울러 연말연시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해뉴스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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