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입양 40대 숨진 채 발견
5년 전 입국 혈육 찾으려 수소문
김해 무연고 묘역 안치 가능성도

 

▲ 기사와 무관합니다.

노르웨이로 입양된 Y 씨는 33년 만에 고국 땅을 밟았다. 친부모를 찾기 위해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한국말을 못하는 그를 반겨주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한국 이름도 없는 그는 노르웨이에서처럼 이방인일 뿐이었다. 부모를 찾겠다는 한 가닥 희망으로 5년을 보냈지만 결국 지난주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제 노르웨이 양모가 시신을 인수하지 않으면 죽어서도 찾는 사람 없는 무연고자 납골당에 잠들 신세에 놓였다.
 
27일 김해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친부를 찾아 입국해 5년 동안 김해에서 머물던 노르웨이 국적의 Y(45) 씨가 지난 21일 오전 11시 께 시내의 한 원룸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Y 씨가 10여 일 전부터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원룸 관리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때 Y 씨는 방 한 가운데 엎드린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 하지만 이내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숨진 상태에서 열흘 동안 보일러가 돌아가면서 Y 씨의 시신은 상당 부분 부패된 상태였다. 시신 주변에는 맥주, 소주 등 술병이 놓여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방에는 침대나 매트리스도 없었고, 옷을 넣어두는 가방 말고는 변변한 가구도 없었다. 노르웨이에서 가져온 사진도 없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확한 사인을 확정할 수 없지만, 검안 결과를 토대로 당뇨 등 합병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Y 씨는 8살이던 1980년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입양됐다. 그는 양부모 밑에서 학창시절과 청년기를 보냈지만 혈육을 찾기 위해 고국을 돌아왔다. Y 씨는 귀국 초기 서울의 중앙입양원 등 기관에서 친부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허사였다.
 
그가 왜 김해에서 5년 간 머물렀는지에 대해선 경찰도 아직 확실한 이유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입양 당시 자료가 제대로 남아있지 않아 노르웨이대사관, 출입국사무소도 그의 한국 고향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Y 씨는 입국 뒤 대부분의 시간을 햇볕도 잘 들지 않는 3평 남짓 원룸에서 두문불출하며 생활했다. 술이나 간단한 먹을거리를 사러 갈 때 말고는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를 지탱해준 건 술이었다. 원룸 관리인에 따르면 Y 씨는 부모를 찾지 못한 후 혼자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던 Y 씨는 평소 만나는 친구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자 증언에 따르면 Y씨는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치료 기록도 발견됐다. 어릴 적 입양돼 한국말을 전혀 못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도 없었다. 친부를 찾아 고국에 왔지만 결국 홀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노르웨이대사관측을 통해 Y 씨의 노르웨이 가족에게 시신 인수 여부를 문의해둔 상태다. 하지만 노르웨이인 양부는 이미 사망했고, 양모가 생존해 있지만 Y 씨가 한국에 온 후 연락을 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신 인수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경찰은 노르웨이 가족이 Y 씨의 시신을 인수하지 않으면 김해시에 무연고자 변사를 통보할 예정이다. 무연고자 변사로 처리되면 화장을 거쳐 김해추모의공원 무연고자 구역에 납골이 안치된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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