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일 유라시아 18개국 긴 여정 마감
블라디보스토크서 스페인까지 강행군

셀 수 없이 많은 따뜻한 사람들 만나
한국 다녀온 노동자와 밤샘 이야기도

아들과 단 둘이 바이크 여행 뜻깊어
애틋한 추억 남기고 일상으로 복귀




지난 6월 11일 아들과 함께 대한민국 동해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오토바이를 몰고 몽골·중앙아시아의 비포장도로를 달렸으며 유라시아 18개국을 돌고 돌아 마침내 스페인에서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때로는 비나 눈을 맞기도 하고 가끔은 떨어지는 우박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폭우가 시야를 가릴 때도 있었고, 비옷과 방수 신발 안까지 물이 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먼지를 덮어쓰고 벌레를 온몸으로 막으며 계속 달렸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힘들어도 견디며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첫 여행지였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이고르', 아이에게 총 쏘는 경험을 하게 해 준 '자르갈', 벨로고르스크에서 헬기를 태워준 '알렉산더', 한밤에 길을 잃고 헤맬 때 도와 준 '알렉세이 샤샤 디마', 폭풍을 앞에 둔 우리를 몽골전통가옥인 '게르'로 인도한 '헤지스렁', 몽골사막에서 만난 부제가족, 몽골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 '질', 키르기스스탄 송쿨 호수에서 환대해준 '주르마', 터키 카파도키아에서 만난 '황현정' 씨, 스위스 취리히에서 자신의 집을 숙소로 내 준 '마이클', 마지막으로 프랑스 툴롱에서 만난 씨몽-손보리 씨 부부. 그 외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여행을 다니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일을 하다가 고향으로 돌아간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로부터 '한국'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외국인 노동자로 살면서 좋은 대우를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저와 제 아들에게 잘 곳을 내어주고 먹을 것을 나눠 줬습니다. 어설픈 한국말이지만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갈 이야기를 들려주며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몽골의 아이들은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냅니다. 방학기간 4개월 동안 말을 타고 양을 몰며 소 젖을 짭니다. 스위스에서는 가족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한 후 보드게임을 하거나 산책을 합니다.

아들 지훈이에게 물었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무엇이냐고요. 아이는 "아빠, 저는 커서 돈을 많이 벌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좋은 집을 갖는 게 꿈이었어요. 그런데 여행을 다니면서 보니 잘사는 나라든 못 사는 나라든 그곳 사람들은 가족들과 함께 모두 밝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아들은 경제적인 상황에 관계없이 행복하게 사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 봅니다.
 

▲ 최정환-최지훈 부자는 올 6월부터 러시아, 몽골, 터키, 이탈리아 등 유라시아 18개국을 바이크로 횡단했다. 123일 간의 여행기는 지난 6개월 동안 김해뉴스를 통해 연재됐다.

 
아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때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했습니다. 지나는 길이 학교였고 만나는 사람들이 선생님이었습니다. 123일 동안 바이크의 좁은 뒷자리에서 꾸벅꾸벅 졸던 아이를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을 텐데. 하지만 아빠와 단 둘이 보낸 시간들도 훗날 예쁜 추억이 되겠지요.

하루에도 수천 명이 설레는 마음을 안고 해외여행을 떠납니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사람들마다 목적도, 방법도 다 다르겠지요. 스페인 산티에고의 순례 길을 걷기도 하고,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와 단 둘이 다녀온 이번 여행은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4개월 123일의 여행은 이제 애틋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지금부터는 일상으로 돌아와 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저도 다시 식당 일을 해야겠지요. 김해 삼계동의 가게 '스시다다미'로 오시면 못 다한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놓겠습니다. 그 동안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김해뉴스 최정환 최지훈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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