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정세
미·러를 움직이는 실제 권력자
실화보다 더 실화 같은 신작 소설



올해 10월, 미국의 국제안보 전문가 제임스 도빈스 소장은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이 실제로 이뤄지면 중국은 한미 군 당국의 북진(北進)을 막기 위해 (군사적)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중국과의 충돌 재고')를 발표한 바 있다.
 
굳이 도빈스 소장의 보고서가 아니라도 현재 한반도는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러·일 4강의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트럼프의 패권주의, 시진핑의 팽창주의, 푸틴의 열강복귀, 아베의 군국주의 부활 등으로 한반도는 이미 세계열강의 격전지가 됐다. 특히 북핵 문제는 그들을 자극하는 도화선으로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무엇보다 절묘한 타이밍에 출간됐다. 제목은 심히 자극적이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로 이름을 세상에 알린 작가 김진명. 그의 신작 <미중 전쟁>은 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국제정세와 동북아 패권의 향배, 미·중·러·일의 야심을, 이미 시작된 전쟁 시나리오에 대입해 보여준다. 책은 흡사 작가의 밀리언셀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의 종결판 같다.
 
작가는 "지금의 이 벼랑 끝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깊고 아프게 고뇌했다. 어떻게 해야 미·중·러·일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이 한반도에서, 위기의 씨줄과 날줄을 넘나들며 끊임없는 공포를 조장하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리하여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그리고 미 대선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주인공 김인철을 통해 추리해 나가면서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만들어 나간다. 특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장면, 미국의 대 북한 무력시위 등은 마치 눈으로 보는 듯 사실적이다. 
 
육사 출신으로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으로 일하는 변호사 김인철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파견되어 조사활동을 벌이던 중, 어느 스타 펀드매니저의 기묘한 자살 사건에 휘말린다. 그리고 그를 자살하게 만든 전화통화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케이맨 제도로 날아가 주인을 알 수 없는 거액의 검은돈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인철은 점차 석유와 달러,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전쟁장사꾼들의 검은 그림자에 가까이 다가가고, 트럼프와 푸틴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권력자들의 검은 그림자를 감지한다.
 
미국에게 '북핵'은 선제타격의 최고 명분이자, 절호의 기회. 김정은은 핵을 쥐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날뛰지만, 점점 미국의 계략에 말려든다. 엄청난 재정적자로 모라토리엄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한 방에 뒤집으려는 전쟁장사꾼들의 계략에 한반도는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미국 경제의 부활을 판돈으로 건 전쟁장사꾼들의 '워(War) 게임' 시니리오였던가? 책은 결국 '모든 핵심은 미국이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던진다.
 
무엇보다 작가의 신기(神氣)에 가까운 정세분석이 놀랍다. 너무도 현실감 있게 다가와 소름 끼친다고나 할까. 한국 정부의 전쟁 및 선제공격 불가론, 한중 사드갈등과 미중대립,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석유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큰 손들의 움직임 등 팩트와 픽션을 넘나드는 흡인력 있는 스토리,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와 박력 있는 문체로 독자를 단숨에 몰입시킨다.
 
지금 우리 사회는 미국과 더불어 북한 핵을 완전히 끝장내는 게 옳은지, 무슨 일이 있어도 무력충돌만은 안 된다는 마지노선을 지키는 게 옳은지 의견이 갈려 있다.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우리가 분명한 시각이나 태도를 취하지 않고 그저 눈치만 본다는 사실이다"라고. 저자는 물속에 몸을 숨긴 채 잠망경만 내놓고 눈치를 보다가는 우리의 설 자리를 스스로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감연히 몸을 드러내고 대한민국의 원칙과 입장이 어떤지 천명하고, 이 노선으로 국내의 보수도 진보도, 미국도 중국도 북한도 모두 이끌어 가야 한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김해뉴스 책(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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