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근 시인·경남대 석좌교수

벗. 무술년 아침, 가야와 김해를 이야기하기 전에 인근의 신라와 경주를 먼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김해와 경주는 같은 성격의 역사도시지만, 그 색깔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도시의 세를 보자면 '가야왕도' 김해가 'Golden City' 경주에 비해 월등히 앞서있습니다. 그러나 두 도시의 역사적 뿌리인 가야와 신라를 보는 시민 생각의 무게는 그 반대입니다.

물론 가야는 '사라진 제국'으로 비유되고, 신라는 '천년의 제국'이라는 차이점에서 두 도시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가야와 신라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도시와 시민의 생각 차이가 너무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경주는 '신라'에 전력질주 하지만 김해의 '가야'는 홍보슬로건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겠습니다. 경주에 '신라문화원'이 있습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기관인 '문화원'과 다른 성격입니다. 지방 문화원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적지 않은 예산지원을 받아, 예산만큼 일합니다. 신라문화원은 '신라를 제대로 알리고, 가꾸고, 활용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비영리 민간문화단체'입니다. 경주에서는 오래된 경주문화원보다 1993년에 문을 연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이 적극적으로 신라를 지키며 알리고 있습니다.

신라문화원이 운영하는 역시문화콘텐츠를 보면 △신라달빛기행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살아 숨 쉬는 서원 △생생문화재 △야호(夜好) 경주! △경주사랑역사문화탐방 △문화지킴이 기본교육 △문화유산 방문교육 등 빼곡합니다.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 등 어느 세대에게도 신라를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벗. 저는 오래전부터 신라문화원이 긍정적인 역사와 다양한 문화의 힘을 만들어내는 '현장'을 지켜보았습니다. 행정에 '손을 벌리는 생색사업'이 아니라, 시민들의 후원회비로 바르고 정직하게 운영되는 신라문화원은 시민들의 '신라사랑'이 만들어낸 자존심일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왜 김해에는 신라문화원 같은 가칭 '가야문화원'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인지 안타까워했습니다. 김해가 경주에 비해 현장과 콘텐츠가 없다고 항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허나 애향심은 문화유산 규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역사를 인식하는 두 도시의 정체성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모두에서 말씀드린 도시와 시민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저는 경주처럼 하자는 것이 아니라, 김해만의 가야를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연구와 인적자원의 문제가 될 수 없습니다. 벗. 저는 사단법인 가야문화연구회(이사장 송재줄)가 창립30주년을 맞아 펴낸 '가야의 뿌리Ⅱ'(2016년 9월)를 감동스럽게 읽었습니다.

'가야의 뿌리Ⅱ'에는 최근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사 연구 복원사업'의 답이 제시돼 있습니다. 연구회 회원들이 발로 뛰며 답사하고 조사한 전남과 전북의 '가야 고분연구'는 가야가 지역문제를 풀 수 있는 상생의 새로운 '키워드'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벗. 경상북도의 대가야 연구는 날개를 단듯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남도는 지난달 28일 '가야사 조사연구·정비복원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37년까지 18개 정책과제, 108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이 사업에 국비, 도비, 시군비 등 1조 726억 원이 투입된다고 합니다. 가야왕도 김해는 새로운 날개를 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행정에 맡기고 구경만 해서는 안 됩니다. 큰 예산의 '떡고물'을 바라는 자세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런 의지가 김해를 4차산업혁명 속에서 우뚝 서는 '철의 제국 가야'를 복원할 것입니다. 그것이 미래의 김해를 먹여 살리는 가장 큰 자원이 될 것입니다. 벗의 건투를 빕니다.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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