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홍식 시인· 김해가야테마파크 사장

마지막 남은 하루를 매만지며 안타까움으로 서성이다 새날을 맞았다. 늘 감사하며 살았지만 돌아보면 이기심투성이라 부끄럽기만 하다. 세월에 내몰리듯 그렇게 떠밀려 살다 보니 내 안에서 부서지는 나의 소리를 잊고 있었다. 그렇게 감당하지 못했던 안타까운 기억들을 무술년 1월의 찬물로 깨끗이 세수하고 새날을 맞았다.
 
2018년 올해는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행복을 찾아보면 어떨까? 예전에는 우리도 이웃과 소소한 집안일부터 나라의 대소사까지 서로 얘기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적 감정적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잘 지내십니까?"라는 말보다 "많이 바쁘시죠?"라는 인사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손님을 배웅할 때도 손님은 차를 타고 쌩하니 사라지고 주인 역시 손님이 채 떠나기도 전에 문을 닫고 들어와 버린다. 뒷모습을 지켜봐 줄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바쁘다는 건 이유였을까. 핑계였을까. 행복은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가끔은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바라보자. 봄에 피는 꽃을 보고, 가을에 지는 달을 음미해 보는 여유가 곧 행복이 아닌가 싶다. 풀이 자라는 모습을 봐도 좋고, 떨어지는 낙엽을 봐도 좋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베푸는 최고의 축복인 것이다.
 
세상살이는 참으로 녹록지 않다. 살다 보면 자기 뜻과 상관없이 곤경에 빠지기도 하고 남을 비판하거나 비판받기도 하며 선택하거나 선택받기도 한다.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일한다고 해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똑같은 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일 것이며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반응이 어떤 것은 부드럽게 어떤 것은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오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처음에는 자신감이 충만했던 사람도 끝없는 의구심과 자기부정 속에 점차 의기소침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만의 길을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남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지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것만큼 어리석고 무의미한 일도 없다. 우리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까닭은 사람마다 기준과 관점이 다르고 우리가 모든 사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독특함과 다른 누구도 대신 할 수 없는 가치를 인정하고 내면의 열정에 기대면 된다. 인생은 작은 불꽃만 있어도 얼마든지 환하고 생기 있게 빛날 수 있으며 그곳에서 당신은 더 많은 행복을 찾게 될 것이다.
 
아무런 문제없이 흘러가는 인생이란 없다. 가끔 손해 보는 것도, 불공평한 대우를 받거나 문제가 닥치는 것도 모두 인생의 한 부분이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차라리 겸허히 받아들이는 편이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고 유익한 일일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온종일 고개만 숙인 채 원망만 늘어놓는 사람은 자기 자신도 힘들지만, 남들도 힘들게 하므로 결국은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자신을 고립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행복은 누리고 원망은 버려라. 남을 원망하면서 동시에 행복해질 수는 없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원망하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
 
행복은 단순하다. 아무런 조건도 이유도 없이 우리 곁에서 언제나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늦은 오후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노부부의 어깨 위에, 지친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친구와의 다정한 대화 속에, 작게 코를 골며 곤히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는 작지만 분명한 행복이 존재한다.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미소를 지으면 행복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행복은 늘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는 옛말도 있듯이 지나친 욕심만 버린다면 행복을 얻기란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무술년 새해를 맞아 김해뉴스 애독자 여러분에게 올해의 첫 여정은 조금은 느린 걸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설계해 볼 것을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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