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광고 2학년 6반 친구들이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를 돕기 위해 십시일반 병원비를 모았다.

 
갑작스러운 친구의 혈액암 진단
반 친구들 자발적 돕기 운동 펼쳐
보광고 교사, 학부모, 주민 동참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온 병마는 잔인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운동장에서 함께 공을 차던 친구였다. 보광고 선도부원이면서 2학년 6반 부반장인 민석이(18·가명)는 또래 친구답지 않게 유난히 어른스러웠다.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두루 어울린 탓에 반 친구 모두가 민석이를 좋아했다. 그런 민석이가 지금 병상에 누워 병마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림프종 혈액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말한다. 힘들게 싸우고 있지만 절대 외롭게 싸우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겠다고.

"우리 친구아이가~ 민석아, 힘내!"

지난달 수학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민석이 귀 뒷부분에 무언가 잡혔다. 육안으로 봐도 티가 날 정도로 불룩한 종기가 나 있었다. 야간 자율학습을 미루고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소견이었다. 떨리는 마음을 붙잡고 달려간 양산부산대병원에서 불룩한 종기를 악성종양으로 진단했다.

"무슨… 이런 일이…"

예고도 없이 찾아온 병마는 유난히 잔인한 놈이었다. 병명은 '림프종 혈액암'. 혈액에 종양이 생겼는데, 림프계를 따라 몸 어디에나 종양을 전이시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몇 가지 정밀검사 후 바로 입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할지, 또 완치는 할 수 있을지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청천벽력 같은 이 모든 일이 불과 한 달 전 민석이에게서 일어났다.

그런데 병원에 있어야 할 민석이가 얼마 전 친구 세호를 찾아왔다. 세호는 십년지기 동네 친구다. 더욱이 같은 학교 같은 반에서 반장, 부반장까지 맡으며 매일 붙어 다니는 진짜 '베프(베스트 프랜드)'다.

병원에서 2박 3일 외출 시간을 줬는데, 민석이는 집이 아닌 세호를 만나러 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아들의 혈액암 진단과 앞으로 감당해야 할 병원비 문제로 잠 못 이루고 계실 부모님을 웃는 모습으로 뵐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세호는 반갑게 민석이를 맞았고, 그렇게 3일을 함께했다. 그런데 애써 밝은 척하던 민석이가 하루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무섭다, 힘들다'라고 말하면 위로라도 해 줄 텐데, 민석이는 그저 말없이 울기만 했다. 그래서 세호는 친구가 실컷 울 수 있도록 말없이 곁을 지켜줬다. '그래도 내 앞에서라도 우는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세호뿐만 아니다. 유난히 친구들과 잘 어울린 민석이었기에 반 친구들 모두가 민석이 걱정이었다.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고 병문안을 갔고, 병원 밥이 맛없다는 민석이 말에 집 반찬을 한 꾸러미 싸서 가져다주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병원비가 걱정됐다. 친구들 모두 평소 가정형편이 그리 녹록치 않은 데다, 사고로 최근까지 일하지 못한 민석이 아버지 상황까지 잘 알고 있어 더욱 걱정됐다.

그래서 친구들이 나섰다. 민석이 병원비를 마련해보자고. 처음에는 2학년 6반 친구들끼리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소식이 전해져 2학년 전체로 번지더니 급기야 전교생이 동참했다. 선생님과 학부모들도 힘을 보탰다.

지난 19일 열린 학교 축제가 기폭제가 됐다. 보광고학생회와 학부모회 그리고 보광고 매점인 사회적협동조합 '퍼드림'이 함께 축제 기간에 맞춰 친구 돕기 바자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학부모들이 흔쾌히 앞치마를 입었다. 떡볶이, 부침개, 핫도그 등을 직접 만들고 핸드메이드 용품을 전시ㆍ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금으로 쾌척했다.

민석이는 꿈이 있다. 경찰관이 되고 싶다. 그런데 치료 때문에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다행히 병원학교(꿈사랑학교) 화상강의를 통해 정상적인 교육이 가능하다. 그래서 부지런히 치료받고, 또 부지런히 공부해서 꼭 친구들과 함께 대학을 갈 생각이다.

민석이는 "고맙다, 친구들아. 학교 가면 운동장에서 실컷 공 차자. 빨리 갈게. 기다려줘"라고 지면을 통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민석이 돕기 후원계좌 : 농협 819-02-456418 권옥경(민석이 부모님)

양산시민신문 제공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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