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0년 공공도서관 운영 활성화 분야' 합동평가에서 김해시는 경남도 내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해시는 지난 2007년 10월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한 뒤 다양한 성과를 일궈 냈다. 2009년부터 김해 지역 38개 도서관을 아우르는 '타관대출서비스-책두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등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해는 도서관이 어느 곳보다 잘 정착된 지역이다. 이 점이 김해를 살기 좋은 고장, 아름다운 도시로 빛내고 있다. <김해뉴스>는 김해의 공공도서관을 이용자서비스 중심으로 살펴보면서 시민들에게 도서관의 역할을 알리기 위해 명품도서관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 '고영조 작가와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 글 나눔 교실'은 특별한 기쁨을 선사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소리작은도서관(관장 류인근, 이하 소리도서관)'은 지난 2010년 1월 10일 가락로 94번길 (서상동 23번지)에 문을 열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특수도서관이면서,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 김해의 시각장애인들은 책 한번 읽으려면 부산이나 경남의 인근도시까지 가야 했다. 책이 급한 경우는 서울까지 가는 경우도 있었다.
 
신간도서가 발간되는 것과 동시에 관련정보를 접할 수 있고, 인터넷에서 클릭 한 번 하면 현관까지 책을 배달해주는 세상에서 원하는 책을 제때에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얼마나 불편했을까.
 
시각장애인 위한 특수도서관 개관, 오디오북·점자도서 구비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시각장애인협회 공동 창작교실

소리도서관은 김해 지역에서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전문서비스를 시행하는 도서관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용자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서로는 오디오북과 점자도서가 있다. 오디오북을 읽거나, 컴퓨터를 이용해 원하는 책의 음성 MP3파일을 다운받기 위해서는 컴퓨터 교육을 받아야 한다.
 
소리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의 컴퓨터 이용자 교육을 실시하고, 활용을 돕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크린리더기와 보조기들과 관련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모든 걸 갖추기 위해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현재 소리도서관은 다섯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
 
점자도서는 6점형 점자로 요철형태로 제작된 것인데, 시각장애인들은 손가락의 촉각으로 인지하여 읽는다. 소리도서관에서는 점자도서를 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경남점자도서관'에서 책을 기증받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2011 김해의 책'으로 선정된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박경화 지음)' 점자도서가 도착해 정리 중이었다.
 
▲ '엄마를 부탁해'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의 점자도서 위에 일반도서가 놓여 있다.(왼쪽) '엄마를 부탁해'와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의 점자도서 위에 일반도서가 놓여 있다.(오른쪽)
소리도서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창작교실도 연다. 국립중앙도서관·시각장애인협회 공동주관으로 열린 '고영조 작가와 함께 하는 시각장애인 글 나눔 교실'은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 이 교실이 마친 지난 7일 수료식에서 시를 배운 시각장애인들이 고백한 감상을 보면 얼마나 의미 있는 내용이었는지 짐작이 간다.
 
김기환(시각1급) 씨는 "보이지 않지만 늘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평소 시를 암송하고 듣는 것을 즐겼으나 직접 써 보는 것은 처음인데 벌써 수업이 끝났다니 매우 아쉽습니다"라고 감상을 남겼다.
 
심인자(시각3급, 청각6급) 씨는 "70년 가까이 살면서 처음으로 시를 배우고 글을 써 보았습니다. 나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남편이 나를 인정해 주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시를 배우고 글을 쓰다 보니, 날카롭고 예민하던 남편의 성격이 부드럽게 변하고 있습니다"며 가족의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소리도서관은 시 교실에서 태어난 시들을 모아 음성파일로 작은 작품집을 만들 계획이다.
 
독서치료·품안의 대출 서비스 등
수요자 위한 맞춤형 도서관 호평

소리도서관의 프로그램은 다양하다. '독서치료'는 시각장애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우울증도 극복하고, 주기적으로 외출을 하는 즐거운 시간도 된다. '품안에 대출' 서비스는 외출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집까지 책을 배달해주고 있다.
 
'귀로 만나는 세상, 손끝으로 여는 세상'이라는 귀에 쏙 들어오는 문구를 만들어 도서관 이름 앞에 붙인 임효진 사서는 "힘든 만큼 보람이 더 크다"며 마음의 문을 열고 많은 이용자들이 도서관을 방문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다.
 
소리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CD카세트플레이어, 교체하려는 PC등의 후원도 받는다. 프로그램 안내 및 후원문의 055)314-3657, 홈페이지 http://gnb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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