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공원, 서점, 도서관, 영화관
모두가 기쁨과 설렘을 준 선물



조이는 지난 10년간 태어나고 자랐던 동네를 떠나야 한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 '정든 동네'를 떠나는건 조이네 가족의 선택이 아니다.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어쩔수없이 다른 나라로 떠냐야 하기 때문이다. 조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 겁이 난다. 정든 동네를 떠나기 전 조이는 식탁 위에 동네 지도를 펼치고 자주 가던 장소들을 찾아보고 그 곳에서 지낸 추억을 뒤돌아본다.

먼저 조이가 태어나고 자란 집. 이 집에서 벽을 잡고 걸음마를 시작했고, 말을 배웠다. 놀잇감이 가득한 조이의 방은 천국과 같다. 집 가까이 있는 학교는 조이가 너무 좋아하는 곳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조이는 좋았다. 학교 주변에 있는 서점과 도서관은 조이에게 기쁨과 설렘을 준 곳이다. 많은 책을 통해 조이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조이가 몇 시간이고 즐겁게 뛰어놀던 공원, 영화를 좋아하던 조이에겐 극장 역시 특별한 곳이다. 지도 위 극장을 찾으며 조이는 그동안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팝콘을 팔던 매점, 푹신한 의자, 손전등을 들고 다니던 안내원은 물론이고 거대한 화면이 부리던 마법까지 생생하게 살아나는 듯하다. 동네를 지나는 강에서 조이는 오리 가족과 물고기에게 빵 부스러기를 던져주기도 했다.

이렇게 조이는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장소를 지도에서 모두 찾아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장소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이는 빨간색 색연필을 꺼내 하나로 연결해본다. 어떤 모양이 나올까. 완성된 모양을 보며 조이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진다. 지도위에 나타난 선은 바로 조이의 이름 철자와 닮아있었다. 조이는 그저 우연인지 아니면 특별한 의미인지 모르지만 왠지 자신에게 주는 이별 선물같다고 느낀다.

조이는 어딜 가든 이곳에서 보낸 행복한 순간이 자신과 늘 함께하리라는 걸 안다. 조이는 추억을 담은 지도를 자신의 가방에 조심스럽게 넣는다. 지도는 조이에게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는 듯하다.

<추억을 담은 지도>는 전쟁으로 인해 정든 도시를 떠나야 하고 익숙한 일상을 잃어버려야 하는 사람들, 바로 난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일상이 주는 작은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늘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 모든 것들을 한순간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은 전쟁과 난민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아이의 눈을 빌어 담담하게 표현한다. 맑은 수채화 느낌의 삽화는 오히려 조이의 슬픔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으로 인해 평화로운 일상을 등지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부산일보/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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