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문화 박물지(황교익 지음/따비/287p/1만4천원)

음식문화, 요리에 대한 책이 넘쳐난다. 다 그만그만한 책들이다. 저자마다 특별한 식감을 자랑이라도 하듯 펴내는 책들에 독자들은 어지간히 질릴 만도 하다. 그러나 황교익 씨의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는 소박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조금 특별한 책이다. '우리가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리라 마음먹었던 것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한국 전통음식연구자가 궁중음식 관련 책을 내면서 '아름다운 우리 음식은 점점 잊혀져가는 반면 뼈다귀해장국, 부대찌개, 쇠머리국밥 등 국적불명의 경박한 음식들이 우리 식탁을 대신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부터다. 궁중음식을 구경은커녕 일상에서 먹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국적불명의 음식을 먹어서 미안하다고 해야 할 판인가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 황교익 씨는 현재 한국인의 음식문화를 찬찬히 펼쳐보여준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밥상 위에 햄과 쏘세지를 김치와 함께 끓여 먹던 한국인들은, 차례상에 올리는 산적에 햄을 끼워넣고 있다. 햄은 이제 한국음식이 되어버린 것이다. 짜장면이 우리 음식이 아니라 중국음식이라고 하면, 비웃음을 사지 않겠는가. 애초의 국적이 어디였건 중국에도 없는, 표준어로 인정받은 '짜장면'이 되었다.
 
황교익 씨는 한국음식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한국인이 먹고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한정식에서 간장, 고추장, 삼겹살, 프라이드 치킨, 단무지, 순대, 초밥, 피자, 쥐포, 팝콘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낯익은 음식의 퍼레이드에 군침이 돈다. 근사하고 화려하게 차려진 '언제 이런 걸 한번 먹어보나' 싶은 음식들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먹었던 음식들이다. 힘들고 가난했던 시절부터 조금 풍요로워진 지금까지 한국인의 피가 되고 살이 되었던 음식들을 편한 마음으로 맛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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