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인준 인제대학교 총장

모든 부모는 자기 자식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적절한 사회적 지위와 안정적인 수입이 행복의 근간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 자체가 행복은 아니다. 
 
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 초청된 스티브 잡스는 우리가 진정으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유일한 길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 위대한 일을 스스로 행하면서 살아가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식의 관심이나 소질 그리고 능력과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의지나 욕구에 따라 자녀의 대학과 전공을 정하려는 경향이 너무 두드러진다. 자녀들의 입장에서 보면 소질과 적성에도 맞지 않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평생을 산다는 것은 실로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스스로 성장하고 성숙된 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자녀들의 입장에서 볼 때 우리네 부모들은 그들에게 훌륭한 조력자로만 남아야 한다. 자식은 자신의 분신이지만 결코 자기 자신은 아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알파고시대로 특징지어지는 21세기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직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 자녀들이 살아 갈 세상에는 꼭 출세하거나 부를 쌓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먹고 살아 갈 수 있는 많은 길들이 열려 있다. 이제는 그 많은 길 중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마음에 들어 하는 길을 선택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해 말 교육부가 내어 놓은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학생이 선호하는 직업은 운동선수, 경찰, 의사, 요리사, 프로게이머 순으로 나왔고, 여학생은 교사, 의사, 요리사, 가수, 제빵원 및 제과원이 5위 안에 들었다고 한다. 부모들이 바라는 자녀들의 장래 직업과는 많은 차이가 느껴질 수도 있다.
 
자식의 길을 스스로 걷게 도와준 부모 가운데 빌 게이츠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세계 최고 하버드대학을 다니던 빌 게이츠는 어느 날 갑자기 대학을 그만두면서 학비로 컴퓨터를 사달라고 아버지에게 간청한다. 물론 아버지는 빌 게이츠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 빌 게이츠도 대단하지만 자식의 뜻을 꺾지 않은 아버지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장래 직업의 선택은 본인의 소질과 적성뿐 아니라 미래 사회의 변화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이때 부모들은 빌 게이츠의 아버지처럼 큰 틀에서 자녀들의 미래를 위한 협력자 내지는 조언자로 남아야 한다.
 
주입식으로 이뤄질 수 있는 지식교육과는 달리 인성교육은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치는 교육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는데 이것은 어릴 때 가정에서 부모나 윗사람의 행동을 보며 익힌 습성에 따라 평생을 살아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최고의 인성 교육은 어른들의 솔선수범이다. 미국 교육부에 의해 연구 가정으로 선정된 전혜성 박사가 자녀교육으로 노심초사하는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들에게 던진 화두가 있는데 그것은 '자식은 부모를 보고 큽니다.'라는 말이다. 
 
교육의 최종책임자는 교사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학부모도 아니다. 교육의 최종성과는 교사의 전문적 식견과 사명감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육은 교사에 맡겨야 한다. 학부모들이 교육현장에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되면 교육이란 배는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녀 교육에서 있어서는 자기 자식을 한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지혜가 더욱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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