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늘면서 ‘속설’ 옛말로
선거판서 학맥·인맥 점차 사라져
자질·전문성이 후보 선택 요소로

과거 김해생명과학고 출신 많아
6·13지방선거 김해고 약진 관심



 
6·13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지난 연말 김해에서도 수많은 고등학교 동기회나 동창회가 열렸지만 전에 비해 표밭을 관리하는 움직임은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해지역도 '지역 토박이'가 정치권을 좌지우지한다는 속설은 옛말이 되고 있다. 1995년 지방선거가 시작된 후 김해지역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꼭 지역 출신이어야 한다는 등식이 더 이상 큰 의미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선거에서 학맥과 지역연고가 얼마 만큼 영향을 끼칠지 살펴봤다.
 

■학맥·인맥 대신 능력으로 선택?
한 시의원은 "최근 학맥과 연고가 다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 비해 정치권에 지역학교 출신이 적다. 인구 변화로 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특정 학교 출신이 시의회를 장악하는 것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신인이 정치에 진출하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급속하게 인구가 증가한 2000년대 이후 치러진 4·5·6대 지방선거 결과를 봐도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 시의회 의석의 4할을 넘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5대 지방선거에서 정원 20명 가운데 김해생명과학고(옛 김해농공고), 김해고, 진영한얼고 등 지역학교 출신 7명을 차지한 것이 최대의석이었다.
 
이런 선택의 배경에는 과거에 비해 유권자들이 전문성과 경력 등 자질 뿐 아니라 지역민과의 스킨십 등을 중시하면서 연고나 학맥 등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30, 40대 젊은 층이 외부에서 대거 유입된 장유, 진영, 북부동 등 신도시 지역의 경우 이런 요소들은 표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홍진(자유한국당) 도의원은 "요즘 지연, 학연을 가지지 않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역 정치권의 동문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구마다 두세 명 씩 뽑는 시의원에 비해 한 명을 선출하는 도의원의 경우 지역 고등학교 출신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현재 7명의 김해 지역구 도의원 가운데 4명이 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다.

 
■"지역 연고, 학맥 무시 못해"
지난 7대 지방선거까지 김해에서 태어나야 김해시장이 될 수 있다는 등식이 유효했다. 역대 민선시장은 모두 김해지역 출신이 차지했다. 다만 1974년 김해고가 설립되기 이전에는 김해도심에 인문계 고등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김해 출신이라도 부산에서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송은복 전 시장이 부산고를 나왔고, 김맹곤 전 시장은 부산 동성고를 졸업했다. 허성곤 시장과 김종간 전 시장은 김해생명과학고를 나왔다.
 
지금까지 선거에서 시장은 '내 고향 사람'이어야 한다는 정서가 작용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성 출신인 김경수(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거창 출신인 김태호 전 의원이 높은 지지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례를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해 출신=시장’이라는 등식이 이어질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선거에서 긍정적인 요소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총동문회 뿐 아니라 각 기수 동기회 등 학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홍철(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정권 전 의원이 김해고 출신으로 선거 당시 김해고 출신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김형수(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시·도의원 선거의 경우 김해 출신이란 타이틀이 당선과 큰 관계 없다. 하지만 지역을 상징하는 시장, 국회의원의 경우 김해 출신이라는 점이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생명과학고서 김해고로 이동?
1960~70년대 중반까지 시외로 유학을 가지 않은 경우 고등학교 진학의 선택지는 김해생명과학고로 제한적이었다. 때문에 역대 시·도 의원을 가장 많이 배출한 지역 고등학교가 바로 생명과학고였다. 하지만 이러한 지형도가 이번 선거에서 신흥명문인 김해고로 바뀔지도 또다른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1974년 개교한 인문계 고교인 김해고에서 꾸준히 지역정치인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아직 양적으로 주류가 됐다고 보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이번 선거에 김해고 출신이 얼마만큼 지역정치권에 두각을 나타내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해고 출신인 엄정(자유한국당) 의원은 "1회 졸업생이 58년생으로 올해 환갑이다. 그전에는 지역에 생명과학고 밖에 없었기 때문에 과거 지역정치권에 주류를 형성했다. 김고 출신들이 앞으로 정치, 공직에 더 많이 진출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최근 지역의 시청, 지역농협 등 관공서·기관의 팀장, 과장 등 주요보직에 김해고 출신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지역정가에도 주류를 형성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홍철 현 국회의원, 김정권 전 국회의원 뿐 아니라 홍태용 전 자유한국당 김해갑 당협위원장과 이번에 김해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정장수 자유한국당 대표 공보특보와 더불어민주당 송재욱 대통령 후보 보건복지 특보도 김해고 출신이다.  
 
김해고 출신 송유인 의원은 "김해시 공무원 1635명 중에 김해고 출신이 230명 정도로 15%를 차지한다. 과거에 비해 김해고 출신이 지역의 주요보직에 자리 잡고 있다"며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 활발한 진출은 아닌 것 같다. 부산, 서부경남 등에 비해 지역고 출신의 비중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후배를 이끌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문성 있는 신인이 지역정치에 진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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