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훈 마르떼 대표

"회사를 마치고 뛰어와요. 가끔씩 야근을 할 때는 택시를 타고 와요. 제 꿈을 이루는 곳이니까요." 대학을 가지 않고 취업을 선택해 생활예술을 하는 고등학교 3학년의 이야기다. 이 학생은 경남교육뮤지컬단 소속으로 2년째 아마추어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저는 이번에 성악콩쿠르에 한번 나가 보고 싶어요. 꼭 한번 나가보고 싶었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정으로 고등교육 수준의 대학교육 과정을 필수로 여겼다. 누군가에 의해 정해져 있는 코스들을 차례차례 밟아야만 흔히 말하는 전공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요즘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꼭 그렇지만은 않은 현상들이 자주 눈에 띈다.
 
몇 가지 의문을 품게 된다. 꼭 관련 대학을 나와야만 전공자로 인정을 받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까? 대학을 나오지 않고는 음악 전공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2007년 췌장암으로 우리 곁을 떠난, 세계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음악대학을 나오지 않았다. 고졸 음악가이다. 전설적인 성악가 '엔리코 까루소' 또한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직공이었다. 핸드폰 매장 직원이었던 '폴 포츠'는 세계를 누비며 음악으로 희망을 전달하고 있다.
 
2014년,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한국에 정착하기 시작하였다.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무형의 문화적 활동을 말한다. 실제 생활문화는 그 이전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법으로 명시되기는 불과 5년도 채 되지 않았다. 지역문화진흥법에 의해 지금은 지역문화진흥원으로 바뀐 생활문화진흥원이 세워졌으며 전국 128개의 생활문화센터가 조성되었다. 이로 인해 생활문화 동호회가 활성화 되고 있다. 
 
생활예술인들은 대부분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고 일상을 유지하며, 유휴시간을 활용하여 예술활동을 향유한다. 문화예술 활동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그로인한 질 높은 예술교육이 이루어져 생활예술에서 전문예술로 발돋움을 하려는 시도 또한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 음악 수준이 '음악 전공자'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필에 적혀 있는 학력과 경력으로 음악적 수준을 논하고 어디에서 연주하는가에 따라 예술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한 지하철역에서 청바지에 평범한 옷을 입고 연주하여 45분간 32달러(약 3만 5천 원)를 벌어들였다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의 웃기지만 슬픈 일화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하였었다. 이후 영국에서도 '타스민 리틀'이 14파운드 10실링, 우리 돈 2만 5천 원을 벌었고, 한국에서도 '피호영 교수'가 강남역 6번 출구에서 1만 6천 900원을 벌었다. 피 교수가 그날의 연주를 위해 빌렸던 바이올린은 1717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알반 베르크'로 시가 70억 원의 명기였다. 그는 또 서울예고, 서울시향 수석, 파리음악원 졸업, 코리아심포니 악장이라는 프로필을 지니고 있었다. 벌어들인 금액이 예술적 가치의 척도가 될 수 없겠지만 이날 멈춰 서서 귀 기울인 시민은 5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만약 피호영 교수의 프로필과 70억 원의 스트라디바리우스라는 설명이 적힌 현수막과 전단지가 함께 했다면 어땠을까? 우리는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음악의 형태와 방법이 변하고 있다. 전문예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일반 시민들의 생활예술이 거대한 형태로 우리의 일상 속에 공유되어지고 있다. 반드시 전공을 해야지만, 관련 대학을 나와야지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언제든지, 얼마든지 개인의 노력에 의해 생활예술인에서 전문예술인의 반열에 올라갈 수 있는 시대가 이미 와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반기든 반기지 않든 음악시장의 전 분야를 들여 다 보았을 때 선순환구조이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지역문화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지역사회 발전으로 반드시 이어지게 되어있다. 
 
생활예술은 단순한 개인적 삶의 질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반드시 함양해야 할 우리의 삶에 대한 당연한 권리이다. 앞서 생활예술인으로 뮤지컬 배우를 하고 성악을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이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활예술인인 파바로티처럼 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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