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쿤(2PM)의 나라 태국에서 왔습니다. 사와디캅." 니다몰 사오하(43) 씨가 말했다.
 
사오하 씨는 인사말을 하면서 동시에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머리를 숙였다. 우리에게도 TV 등을 통해 익숙해진 태국 식 인사법이다. 인사법뿐 만 아니라 요즘엔 '쌀 볶음면' 등 음식문화를 비롯한 태국의 많은 부분이 국내에 잘 소개돼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태국이 친숙한 나라였던 것은 아니다.
 
7년 전 사오하 씨가 결혼이민자로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태국은 생소한 나라였고, 그는 많은 문화적 장벽에 부딪혀야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음식문제'였다. 남편은 평생 접해 보지 못한 태국식 요리를 어려워 했고, 사오하 씨가 고향 음식을 할 때마다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기로는 사오하 씨도 마찬가지였다. 이 탓에 부부는 식사 때마다 번번이 언성을 높였다.
 
생활 방식도 많은 부분에서 달랐다. "태국 사람은 무엇이든 느긋하게 하는 버릇이 있어요. 반면 한국 사람들은 급하고 다혈질적이죠. 제 남편이 버럭 화를 낼 때마다 이해할 수 없었는데, 요즘은 솔직하게 화를 내고 뒤로 딴 생각을 전혀 안 하는 점을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사오하 씨가 웃으며 말했다.
 
사오하 씨가 한국생활에 익숙해질 만큼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태국의 문화가 국내에 하나둘씩 소개되기 시작한 것. 사오하 씨는 "무엇보다 인기가수 2PM의 태국인 멤버 닉쿤의 공로가 컸다"며 "태국어는 물론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닉쿤이 태국문화를 소개한 덕분에 한국 사람들이 태국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한다"면서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닉쿤을 통해 한 사람이 일으킬 수 있는 변화에 큰 감동을 받은 사오하 씨는 요즘 김해의 '아줌마 닉쿤'을 꿈꾸고 있다. 태국인 커뮤니티에 참여해 태국음식축제 등을 열고 태국문화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소통을 위해 한국어와 영어공부에도 열심이다. 김해다문화도서관 등이 진행하는 컴퓨터 교육에도 빠짐없이 참여한다. 짬이 날 땐 동네 복지관에 간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6살, 3살 된 남매까지 키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를 정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게 "좋은 태국 이웃"이란 말을 들으면 힘이 절로 난다.
 
얼마 전 사오하 씨는 고향 태국에 다녀왔다. 친정아버지가 많이 아프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고향은 언제나 그리운 이름이지만,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한국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이 참여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요. 몸이 아픈 노인을 보살피는 간호사도 되고 싶고, 영어선생님도 되고 싶어요. 무엇보다 열심히 사는 저를 보며 한국 사람들이 태국을 좋은 나라로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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