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일, 모처럼의 휴일인 토요일에도 서상동 여성회 사무실에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는 이소영(42) 회장의 모습.

양성평등 위한 '성인지' 정책 준비 중
대형마트 반대·의정모니터 등
김해 발전 위해 망설임 없이 '목청'

김해시가 달라진다. 올 들어 여성친화도시에 포함된 데 이어 오는 2013년까지 양성평등의 시 행정을 위한 '성 인지 정책'을 준비 중이다. 시의 이런 변화를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분주하게 활동 중인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김해여성회 이소영 회장(42). "주말에도 일을 하는 엄마를 둔 탓에 6학년 된 아들이 해방감을 마음껏 즐기며 자라고 있다"며 유쾌하게 웃는 이 회장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실 김해여성회는 이름만 들어서는 조금 낯선 단체다. 언뜻 생각해선 여성인권운동에만 치중한 모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성회의 활동 범위를 살펴보면 이런 오해는 금방 불식된다. 여성회는 지난 2000년 창단 된 후 여성인권 운동은 물론이고 김해시의 행정을 감시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등 지역사회단체로서 기능도 꾸준히 이행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의 예산 사용을 감시하는 '의정모니터' 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신세계이마트 입점 등 시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때마다 망설임 없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사회적 약자로서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되, 이를 통한 시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김해여성회는 사회단체 가뭄에 목말라 있던 김해시민들에겐 단비 같은 존재 인 셈.
 
이런 여성회를 지난 3년 간 이끌어온 이 회장이 직접 말하는 김해여성회의 역할은 비교적 간단했다. "좋은 정책은 위로부터의 변화는 물론, 시민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 아래로부터 점진적인 변화가 함께 이뤄지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해여성회의 역할은 위로는 시가 올바른 행정을 하도록 아래로는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있습니다."
 
지난 2009년부터 진행 중인 '성 인지 정책' 교육도 이런 역할론의 일환에서 출발했다. 이 회장은 "여성친화도시 등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가장 필요하다. 여성회는 다양한 교육활동이나 홍보활동을 통해 정책 변화를 위한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실 처음부터 여성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소위 말하는 '386 세대'다. 인제대 재학시절 그가 학생운동을 하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사회변화'였다. 결혼 뒤 그의 사회가 가정으로 축소되면서, 자연스럽게 문제의식도 여성인권으로 옮겨간 것이다. "저는 남편(이천기 경남도의원)도 같은 분야에 있다 보니 별 문제 없이 지내는 축이지만, 사실 일반가정에선 여전히 여성이 불평등한 처우를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하지만 여성이 행복해야 자녀도 행복하고, 또 남편도 편안하더라구요. 결국 여성에 대한 인식을 자발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사회를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회장이 말했다.
 
이 회장은 여성운동이라고 하면 여성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주장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대표적인 여성정책이 서울시가 추진한 지하철 손잡이의 높낮이 조절입니다. 여성의 평균 키가 남성보다 작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죠. 다양한 높이의 손잡이가 생기게 되면 결과적으로 남성도 혜택을 받게 됩니다. 결국 여성정책은 좀 더 살기 좋은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정책의 일환인 셈이죠."
 
여전히 어려움이 많지만 이 회장과 여성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당장 다음달 17일부터는 '성 인지 정책'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른 사회단체는 물론 관심 있는 시민은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당분간 엄마와 아내보단 김해여성회 회장이란 직함에 더 무게중심을 두고 생활하게 될 이 회장은 "자존감 높은 아이로 잘 자라주는 아들과 늘 이해해 주는 남편이 고맙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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