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김해의 한 문화기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무슨 얘기 끝에 누군가 관람료가 비싼 전시를 기획해 난감했던 지난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러자 함께 있던 직원들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위험했던 일"이라며 맞장구를 쳐댔다.

도대체 얼마나 비싸게 받았기에 그러는 건지 몹시 궁금했다. 기자와 동행했던 일행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얼마였습니까?"하고 물었다. 상대방은 뜸을 들였고 결국 더 궁금해진 기자가 한 번 더 물었다. 그제야 한 직원이 멋쩍은 표정으로 "만 원"이라고 대답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나보다. 그는 "저희 기관 상설전시장 입장료가 2000원 입니다"라며 웃었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 싱겁게 따라 웃긴 했는데, 예술인들 입장에서 보면 '참 슬픈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작품도 하나의 공산품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어떨까.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공정을 거치게 된다. 유능한 인재를 기용하고 최상의 상품을 개발해야하며 최적의 생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참신한 홍보 전략을 내세워 판매량을 올려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일이다. 

예술작품도 마찬가지다. 대개는 전문예술인이 되기 위해 대학에 진학해 전공교육을 받는다. 물질적, 정신적, 시간적으로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 졸업 후에는 개인 또는 단체의 자격으로 소위 말하는 훌륭한 공연·전시 작품을 창작해야하며 입장권도 판매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공산품 제조·판매 과정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화장품, 휴지, 라면, 과자 등은 일반적으로 가게에서 돈을 주고 산다. 무료배부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유독 문화예술을 대할 때만큼은 인색해진다. 최고로 손꼽히는 작가의 전시에 입장료 만 원을 책정하면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 되는 것이다.

때론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무급노동을 강요한다. "좋은 일이니 당연히 동참해야지.", "당신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라며 부탁하는 쪽이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특히 요청하는 주체가 문화 기관·단체일 경우 거절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예술인의 창작물은 무료 보급품이 되고 예술인의 노동은 봉사활동이 돼버린다.

지금도 지인들은 가끔 묻는다. 문화부 기자니까 공연 입장권을 구해줄 수 없냐고 한다. 공짜로 말이다. 반복해서 하는 대답이지만 기자에겐 사실 그럴 힘이 없다. 취재를 할 때가 아니면 기자 역시 돈을 내고 표를 산다. 예술인의 노동도 노동이다. 대가를 지불하고 예술창작물을 구입해야한다. 이러한 인식이 하루 빨리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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