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를 따라 걷는 길. 삶의 진실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조금 더 눈여겨 바라보았던 사람들. 그 속에 자기 생각을 담아서 원고지에 옮겼던 사람, 작가들이 남긴 흔적들을 모아 놓은 문학관.
삶이 고달프고 지루한 일상이 휴식을 요구할 땐 작가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문학관으로 가자. 그곳에 가면 상처 입은 가슴에 사랑을 심어주고, 촉촉한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진다.

 

▲ 요산문학관 전경.

 

‘낙동강 파수꾼’으로 불린 향토작가
 서민 목소리 대변한 실천적 지식인
 김정한이 태어난 집터에 만든 문학관

 작가 손때 묻은 육필 원고와 낱말카드
 소설 무대, ‘명지 하단 나루’ 흑백사진
 일상 속에 삶의 의미 되새기는 산책길


 

▲ 요산 김정한

저녁노을이 질 때면, 우물이 금빛으로 물든다는 금정산. 그 중턱 아랫마을에 터를 잡고 해동수원지를 내려다보는 요산문학관있다. '낙동강의 파수꾼'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구십 평생을 '낙동강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면서 기층 서민들의 삶을 진솔한 필치로 기록했던 작가, 김정한의 집을 복원한 곳이다.
 
정문 입구 길바닥에는 요산이 좌우명으로 삼았다는 목소리가 페인트 글씨로 적혀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 불의와 타협하거나 굴복해선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항일투쟁부터 '1987년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단 한치도 흔들림도 없이 꼿꼿한 자세로 지사의 면모를 보여주었던 요산의 정신을 옮겨 놓은 글이다. 요산문학관을 찾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고 가라"는 뜻에서 정문 길바닥에 새겨 둔 것 같다.

▲ 요산 김정한 생가.

정문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요산이 태어나서 자랐다는 기와집이 복원되어 있다. 마루 아래 흰색 고무신과 검은색 고무신이 한 켤레씩 놓여 있지만, 사람이 사는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유족들이 찾아오지만, 관리는 요산 기념사업회에서 담당한다고 했다.
 
생가 오른쪽에는 현대식 3층 건물이 우뚝 서 있다. 작가 요산의 문학세계를 오롯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유리 벽면으로 탁 트인 세미나실이 마련되어 있다. 문학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토론장으로 예약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모래톱 이야기' '사하촌' '오끼나와에서 온 편지' 등 요산이 쓴 소설책이 전시되어 있다. 대부분 단편 소설이라 1~2시간 만에 간단히 읽을 수 있는 단행본이라고 했다. 정가 2000원에 현장 판매도 가능하다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요산이 살다간 발자취와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다. 작가의 손때가 묻는 육필원고와 낱말카드, 일기 등이 비치된 곳이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 손수 만들었다는 순우리말 카드와 직접 손으로 그린 식물도감 등이 이채롭다. 벽면에는 향토작가로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신했던 실천적 지식인의 길을 걸었던 작가의 발자취를 자세히 보여주는 사진과 그림들이 걸려 있다. 소설의 무대가 되었던 을숙도와 하단·명지 나루 등을 찍은 사진과 소설이 실렸던 잡지 등이 친근감을 더해준다.
 

▲ 요산문학관 전시관 내부.
▲ 1층 세미나실.


전시실 옆방은 요산이 간직했던 장서와 일반 도서들이 비치된 도서관이 있다. 문학을 사랑하고 요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3층에는 연구실이 있다. 차세대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했지만, 계단 입구에 "출입 금지"라고 적힌 팻말이 걸려 있다. 창작에 방해될 우려를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발길을 돌려 1층으로 내려오는 길. 지하 강당에서 요산이 살아 있을 적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상연한다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호기심에 내려간 지하 강당. 300㎡ 넓이에 의자 100여 개가 놓인 공간이다. 13분여에 걸쳐 상영되는 동영상. 좌우명을 묻는 기자에게 '사람답게 살아가라’고 적힌 글을 보여주는 것으로 할 말을 대신하는 요산의 목소리가 가깝게 다가온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는 산책길이었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요산문학관
부산 금정구 범어사역 팔송로 60-6
*문의 전화 : 051-515-1655

*관람 안내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법정 공휴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간

*찾아가는 길
1)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 1번 출구에서 청룡초등학교 방향으로 직진 600m
2)부산도시철도 3번 출구에서 80번 시내버스로 갈아타서 남산동 정류소에서 내린다음 6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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