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제주도스럽다는 일출랜드, 야자수 아래서 기념촬영하는 사람들.

 

돌하르방이 지키는 성읍민속마을
초가 지붕에 절구통, 토속적 분위기

눈 덮인 들판을 달리는 조랑말
서양말보다 훨씬 뛰어난 지구력

환상적 서커스 선 보인 아트 랜드
그리움에 취해 산다는 성산일출봉



 

▲ 성읍민속마을을 지키는 돌하르방.

눈 덮인 한라산이 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는 마을. 제주도의 아침은 백설처럼 고왔다.
 
첫 번째 코스로 찾아간 성읍민속마을. 마을 어귀에는 조선 시대에 세웠다는 돌하르방이 버티고 서 있다. 수백 년 한 자리를 지켜온 세월의 무게에 온몸이 둥글둥글하게 깎였지만, 눈매만큼은 여전히 매섭다. 마을에 고운 기운만 감돌도록 도와주는 수호신 역할에 충실한 덕분일까.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갈대로 지붕을 엮은 초가에 절구통, 토종돼지를 키우던 뒷간…. 마을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됐다고 하지만 주민들의 일상은 달라진 것이 없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안내를 맡은 주민 오중석(62) 씨의 설명이었다.
 
현지 주민들의 생계수단을 묻는 말에 오 씨는 "아직도 조랑말을 키우는 말몰이꾼이 많다"고 했다.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된 '제주마'를 키우는 토착민 중 한 명이 오 씨 자신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999년 학술회의에서 '제주마'로 공식 명칭이 통일되었지만,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조랑말이라 부른다고 했다. "조랑말은 육질이 부드러워 식용으로 일본에 수출할 만큼 인기가 높은 데다 화장품 재료로도 호평을 받고 있다"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 조랑말 타는 관광객.

 서양말은 덩치만 컸지, 한 번에 3㎞ 이상 달리지 못하는 데 비해 조랑말은 매일 32㎞씩 22일 동안 달릴 수 있을 만큼 지구력이 강하다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칭기즈칸이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 수 있었던 것도 제주 조랑말과 혈통이 비슷한 몽골말이 지닌 지구력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내친김에 조랑말을 한 번 타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오 씨는 인근 승마장을 찾아가면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다고 했다. 눈 덮인 들판을 달리는 제주 조랑말. 생각보다 온순하고 안정감을 주는 승마 체험이었지만 눈 덮인 들판에 땅바닥이 질퍽거려 속도를 낼 수는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두 번째 코스로 찾아간 제주 아트 랜드. 중국과 러시아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남녀들이 환상적 연기를 선보이는 서커스 무대가 마련된 곳이다. 저렇게 유연한 몸매로 날렵한 몸놀림을 뽐내는 사람들이 왜 올림픽 체조 무대에는 출전하지 않았을까? 자연스럽게 던진 질문에 "저 연기자 중 상당수가 금메달을 꿈꾸던 체조 선수 출신으로 중간에 진로를 바꾼 케이스일지 모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땀 흘려 배운 기술을 이역만리 제주도에서 선보이는 서커스 연기자들. 과연 어떤 인연이 있었기에 이곳까지 흘러 들어와서 쇼 무대를 펼치고 있는 것일까. 한 사람씩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하면 밤을 새워도 모자랄 만큼 기구한 사연들이 이어질 것만 같다.
 

▲ 광치기 해변에서 바라본 성산일출봉.

세 번째 코스로 달려간 곳은 제주도가 자랑하는 해돋이 마을. 성산 일출봉으로 향하는 광치기 해변은 눈밭의 이어졌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시인 이생진이 노래한 '그리운 성산포'의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많은 사람이 품고 싶어 했고, 살아보고 싶어 했을 만큼 경치가 아름답다는 성산포. 흐린 날씨에 푸른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눈 덮인 백사장을 걸어가는 사진작가의 뒷모습이 진한 감동을 자아낸다. 과연 그 작가의 카메라에 담긴 성산포는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 코스로 찾아간 일출 랜드. 돌하르방에 야자수가 줄을 선 수변 공원이 가장 제주도스럽다는 공간이다. 제주 조랑말을 그린 청동 조각상과 선인장 온실이 반겨주는 산책길을 따라가면 먼 옛날 용이 살았다는 미천굴이 나온다.
 
길이 1천 7m. 길고 긴 동굴 속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진 느낌이 든다. 연중 섭씨 17~18도를 유지하는 덕분에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것이 자연동굴의 특징이라고 했다. 전등을 이용한 조형물들이 캄캄했던 동굴을 밝혀주는 분위기가 이색적이다. 350m 지점에서 발걸음을 돌려 동굴 밖으로 나오면 세찬 바람이 기다렸다는 듯이 두 뺨 끝을 스친다.
 
동굴의 우상에서 빠져나온 희열. 굳이 철학자 F 베이컨을 인용하지 않더라고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자체가 축복이 아닐까.
 
어쩌면 여행을 떠난다는 자체가 "지루한 일상의 동굴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몸부림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이틀에 걸친 제주 투어를 마감했다. 

김해뉴스 /제주도=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제주도
교통편 = 김해공항에서 비행기가 수시로 오간다. 운임은 항공사 별로 예약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먹거리 = 토속 음식으로는 성게국수와 함께 맛 본 갈치회와 고등어회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성게 알을 잔뜩 넣은 국수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갈치회와 고등어회는 약간 숙성시킨 육질이 싱싱하다. 제주공항 인근 해변 식당에 가면 쉽게 맛볼 수 있으며 가격은 각 1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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