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영웅이 될 날을 향해 뛰는 청소년 축구 선수가 김해에 있다.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축구천재'라는 말을 들으면서 주목받고 있는 차민승(18·내외동) 선수이다.

▲ 세계 무대에서 뛸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는 차민승 선수. 
김병찬 기자 kbc@gimhaenews.co.kr

11명의 경기자로 구성된 두 팀이 발과 머리로 공을 쳐서 상대편 골에 넣음으로써 득점을 겨루는 스포츠. 축구가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되다니, 어딘지 서운하다. 그냥 달리는 것만으로도 힘든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그런 걸 생각해 보면 90여분 동안 공을 차면서 달리는 축구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 앞길을 가로막는 상대편 선수들을 제치며 달려 나가 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그는 우리의 영웅이 된다. 그가 어느 나라의 선수이든.
 
인간이 서서 달릴 수 있게 되기까지는 다른 동물에 비해 긴 시간이 걸린다. 아기들은 보통 7개월쯤 되면 방바닥을 기기 시작한다. 팔에 힘이 없으면 배로 밀면서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다. 그런데 차민승 선수는 생후 7, 8개월 무렵 기는 과정을 과감히 뛰어넘고 혼자 일어섰다. 아기 차민승은 혼자서 우쭐우쭐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이 발 앞으로 굴러왔을때, 일단 차고 보았다.
 
"기지도 않고 일어나 걷더니, 앞에 있던 배구공을 뻥뻥 차기 시작했어요." 어머니 엄영순(48) 씨의 회상이다. 그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 차 선수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축구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차 선수의 아버지도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한다. 어머니는 초등학교 시절 육상 선수, 중학교 시절 핸드볼 선수를 지냈다. 현재는 김해의 '피플 배드민턴 클럽'에서 A급 실력으로 선수 못지않은 운동을 하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동했던 엄영식 선수가 외삼촌이다. 차 선수는 운동하기에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다.

▲ 차 선수가 김해생명과학고 잔디구장에서 축구공을 차고 있다.
4살때 유소년클럽 관계자들 깜작 놀래켜
합성초등 시절 축구감독 "선수 키우겠다"

4살 때 유소년 축구클럽에 데리고 갔더니 축구공을 무릎으로 세 번 연속 익숙하게 톡톡 차올렸다. 다른 아이들이 두 번 차올려도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데,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공을 몰며 운동장을 질주하던 초등학생 민승이를 본 외동초등학교 축구감독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와 "축구선수로 키우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은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을 했단다. 차 선수는 김해합성초등학교 학생이었고, 합성 축구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운동에 재능이 많다 보니 동광초등학교 농구부 친구들과 어울렸을 때는 선수들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이 장면을 본 농구부 코치가 "농구 선수로 뛰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전국유소년대회 출전해 '16골'로 득점왕
축구명문 수원공고 1학년 때 주전 꿰차, 각종 언론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극찬

차 선수는 김해합성초등학교 축구부 시절 '제6회 대한축구협회장기 7대7 전국유소년 축구대회'에 참가했다. 합성초등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했고, 대회 기간 동안 16골을 넣은 차 선수는 '전국 득점왕'에 올랐다.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하면서 차곡차곡 실력도 쌓았다.
 
축구선수인 외삼촌은 차 선수의 진로에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외삼촌의 조언과 부모님의 믿음은 광양제철중학교를 거쳐 수원공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지금까지 차 선수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수원공고는 박지성 선수를 배출한 축구 명문고이다. 차 선수는 '지성관'에서 생활하며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는 꿈을 꾼다. 차 선수의 백넘버는 10번이다. 축구에서 10번은 최고의 에이스 선수에게 부여되는 백넘버. 박주영, 메시도 10번이며 프랑스의 지단도 10번을 달고 뛰었다.

아스널의 로빈 판 페르시 가장 좋아해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함께 뛰고 싶어"

포지션이 FW(포워드. 공격수)인 차 선수가 좋아하는 선수는 로빈 판 페르시 (Robin van Persie). 네덜란드 축구선수로 '아스널 FC'의 FW로 활동 중인 선수다. 좋아하고, 언젠가 뛰고 싶은 팀은 'FC 바르셀로나'이다. 차 선수의 에이전트인 ㈜두드림스포츠 김성림 사장은 차 선수를 "저돌적인 돌파와 한발 빠른 감각적 슛을 가진 선수이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축구 전문가들은 차 선수를 지동원(선덜랜드 AFC, FW)과 비교한다. 3년 여 뒤에는 지 선수를 능가하는 재목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차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뛸 기량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본 J리그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
 

아직은 고등학생인 차 선수의 경기모습을 본 적이 없는 기자는 인터넷에서 차 선수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았다. 여러 기사들 중 인상적인 대목을 소개한다. 지난 2010년 8월 8일자 '스포츠경향'에서 제43회 대통령금배 축구대회 중 수원공고와 오산고의 경기를 설명하는 기사이다. "후반에 투입돼 4골을 쓸어 담은 수원공고 차민승(2년)은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4골이라니, '쓸어 담은' 이라는 표현을 쓸 만하다.
 
<김해뉴스> 자매지 '부산일보'도 살펴보자. 2009년 7월 22일자의 '청룡기 전국고교 축구대회 주목할 선수는?' 이라는 기사다. "경기도 수원공고의 미드필더 차민승(1년)은 드리블과 슈팅에 있어 양발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능력이 뛰어난 선수.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주전자리를 꿰찰 정도로 미래가 기대된다." 1학년에 차 선수는 벌써 주전이었다.
 
'한국축구신문'에서도 '저돌적인 돌파에 이어지는 템포 빠른 슈팅 역시 좋은 모습'이라고 유망주임을 인정하고 있었다.
 
경기와 훈련으로 바쁜 차 선수를 만날 수 있었던 건, 경기 중 부상을 당한 차 선수가 휴식과 치료를 위해 잠깐 김해의 집에 와 있던 덕분이다. 안양공고와의 경기 중 상대선수 3명이 집중마크를 해왔고, 그 와중에 당한 부상이란다.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기 하루 전 김해생명과학고 잔디구장에서 만난 차 선수는 다행히 활력이 넘쳐 보였다.
 
"부상당할 때 말 할 수 없이 속상하지만, 큰 걱정은 안 해요. 계속 옆에서 지켜봤지만, 늘 자신감과 담대함을 가지고 있어 믿음직합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국제무대에서 뛰는 훌륭한 선수가 되리라고 믿어요." 어머니 엄영순 씨가 아들을 바라보는 눈빛은 사랑과 자부심으로 빛났다. 184㎝ 키의 차 선수 옆에서 어머니는 작아 보였지만, 오늘날의 차 선수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어머니는 늘 아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즐겨라, 자신감을 가져라, 집중해라."
 
▲ 든든한 우군인 어머니 엄영순 씨와 자리를 같이 했다.

차 선수는 김해에 와 있는 동안 저녁마다 배드민턴 클럽에서 어머니와 오랜만에 데이트도 즐겼다. 어머니 따라 간 김에, 배드민턴 채 한번 잡아 보고 셔틀콕을 몇 번 쳐 봤다. 그러더니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스텝을 자연스럽게 구사했고, 몇 달 배운 사람들과 동등한 시합을 했단다. 참, 운동신경은 제대로 타고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 선수는 수원공고를 졸업하면 홍익대에 입학하기로 진로를 결정했다. 국가대표, 월드컵, 그리고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서 뛰는 그날까지 차 선수의 앞날에는 많은 과정이 남아 있다.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주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차 선수에게 김해의 축구소년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차 선수는 김해합성초등학교의 축구부 소식을 먼저 궁금해 했다. 그리고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즐겁고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끝까지 잘하기를 바랍니다"라고 축구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지구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축구. 그 무대에서 김해 출신의 차민승 선수가 언젠가 '골을 쓸어 담을' 그 날이 올 때까지 많은 응원을 해야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을 뛰게 했던 2002년 월드컵의 카드섹션 문구를 다시 떠올린다. "꿈은 이루어진다." 차 선수의 꿈이 현실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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