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2003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다. 당시 정철규라는 개그맨은 자신을 '스리랑카에서 온 블랑카'라고 소개하면서 어눌한 한국말로 '한국 사장'들의 횡포와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인권 유린을 재치있게 비꼬았다.

'블랑카의 외침'이 한몫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약 15년이 흐른 지금 외국인들에 대한 처우는 많이 달라졌다. 외국인고용허가제, 퇴직금 보장을 위한 출국만기보험 등의 제도가 자리를 잡았다. 한 외국인관련 기관에 따르면 추가·야간 수당을 포함한 외국인노동자의 임금은 평균 200만 원~250만 원 선으로 과거에 비해 안정을 찾았다. 

이렇듯 외국인노동자들의 '형편'은 나아졌지만 이들을 향한 '편견'은 여전하다. 과거 피부색 차이, 문화 차이 등으로 외국인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는 내국인이 많았다면 이제는 외국인을 향한 '착한 마음(?)'이 지나쳐 그들을 '저임금 근로자', '불쌍한 사람'이라고 보는 차별적 시선이 늘었다. 외국인노동자 역시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경제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국인들의 인식 속에는 여전히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는 외국인노동자의 모습만이 남아 있는 듯 하다.

이같은 시선은 외국인들을 소비자로 보지 않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김해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은 김해 지역 거대한 소비 타겟층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들이 많이 몰리는 동상동의 상인들은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상권이 죽었다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해의 외국인들은 오히려 "김해에는 돈 쓸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쇼핑, 여가 생활을 위해 부산시 사상으로 떠나는 외국인들도 많다.

이런 편견은 외국인 행사장에도 이어진다. 사회부 기자로 여러 행사장을 다니며 행사장 기념품이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다름 아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장이다. 일반적으로 행사명이 적힌 양말, 수건 등을 나눠주는 행사장과 달리 외국인 행사장에는 프라이팬, 냄비, 주방용기 등이 등장한다.

당장은 기분 좋게 기념품을 받지만 '좋은 기념품' 아래에 깔려 있는 내국인들의 편견에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는 외국인들도 많다. 한 외국인 관련 기관 관계자는 "과거에는 인권유린을 당하고 힘들게 사는 외국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외국인 행사에 좋은 기념품을 주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은 사회적 약자로 분류된다. 이들이 사회에서 어려움 없이 잘 정착하기 위해 사회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이들에게 무조건적으로 동정을 베풀진 않는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낯선 환경, 서툰 언어, 다른 문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을 돕고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들을 '우리보다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려와 동정은 분명히 다르다. 외국인을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한 소통과 상생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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