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 다른 두 고양이 통해 저마다 아름다움 강조

 
언제나 함께 다니는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둘은 수풀이나 흙, 나무 위에서 장난을 치고, 저무는 해를 같이 바라보거나 다른 고양이와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마을로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두 고양이는 정말 사이가 좋다. 그러나 매번 관심을 받는 건 흰 고양이다.
 
수풀에서 놀 때 흰 고양이는 초록색으로 변하고, 흙장난을 할 때는 갈색으로, 나무 위에서 놀 때는 다시 노란색으로, 공간적 배경에 따라 다른 빛깔의 옷을 갈아입는다. 다른 고양이들과 다툰 후 냇물에 몸을 씻는 장면에서도 둘이 피투성이가 되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건 흰 고양이를 통해서이다. 마을에 내려가서도 사람들은 흰 고양이만 예뻐한다. "하얘서 예쁘다" "하얘서 귀엽다"며 사람들은 흰 고양이 주변으로 몰린다.
 
흰 고양이에게 쏟아지는 관심과 칭찬에 검은 고양이는 점점 자신감을 잃어간다. 한껏 위축된 검은 고양이는 이제 어둠 속에서 자신을 찾는 흰 고양이의 부름에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고개가 축 처졌다. 마을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고 길을 나서는 검은 고양이. 그 뒤를 따라 흰 고양이가 소리없이 따라간다. 
 
낯선 길을 하염없이 걷던 둘은 어느새 빨강, 노랑, 파랑, 알록달록한 꽃들이 가득한 곳에 다다른다. "예쁜 꽃이 이렇게 많은데, 검은 고양이가 제일 눈에 띄네"라는 흰 고양이의 말 한마디에 검은 고양이는 깜짝 놀라며 까만 자기 털을 가만히 바라본다. 그제야 검은 고양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흑과 백, 털 색깔의 대비에서 알 수 있듯이 두 고양이는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많다. 그럼에도 흰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의 검은 털이 좋고,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의 하얀 털이 좋다. 둘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함으로써 진정한 하나로 성장한다. 자신감을 잃고 방황하던 검은 고양이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준 건 '너'와 다른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흰 고양이의 애정 어린 눈빛이다.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는 두 고양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연인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저마다 가진 독특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발견해주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느끼는 행복을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의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인상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화지에 먹을 이용한 기법으로 붓 선의 역동적인 표현은 두 고양이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흑과 백으로 묘사한 장면 위에 대담하게 색을 올린 것이 예사롭지 않은 솜씨이다. "최소한의 표현을 통해 시각적으로 소박한 예술의 대중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와 함께 2013년 브라티슬라바 국제일러스트레이션비엔날레에서 황금사과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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