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흥미로운 청원이 올라왔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자는 "판단이 무분별한 어린 학생들이 학교에서 여성비하 요소를 내포한 단어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한다"며 "이들이 양성평등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페미니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에 게시된 이 청원은 총 21만 3219명이 동의 의사를 표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불편한 단어로 치부되던 페미니즘이 비로소 수면 위로 떠올랐음을 실감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반대한다. 세간에서는 '여성우월주의' '남성 혐오'라 잘못 해석하기도 하는데 성평등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생긴 결과다. 태어나보니 여자인 나는 남자와 동등한 권리를 갖고 똑같은 대우를 받고 싶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라"며 당연하게 차별받길 강요한다. 부당한 게 있더라도 불만을 제기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이라는 거다. 
 
강력하게 저항하지 않으면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은 오랜 침묵을 깨고 행동에 나섰다. 법조계 성폭행 실태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의 용기는 이른바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의 기폭제가 됐다. 일반인부터 유명 연예인, 문학가까지 사회에서 겪어온 성차별, 성희롱, 성폭력 문제를 고백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속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실 페미니즘을 알고 나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대할 수 없다. 우리 삶과 밀접한 노동과 임금, 마케팅, 권력, 정치, 패션, 역사 등 세분화된 영역에서 성차별적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김해에서도 알게 모르게 성과 관련된 추문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지역 현직 여성 경찰관이 동료 여경의 성희롱 신고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조직 내 갑질을 당했다며 1인 시위를 벌여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김해시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로 재지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여가부가 정의하는 여성친화도시는 '지역정책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고 여성의 역량강화·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여성 정책을 운영하는 지역'이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지역의 정책 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완전한 참여를 보장하고 △모든 부서 사업에 성평등 관점을 통합해 개선하며 △궁극적으로 지역 정책 전반이 성평등하게 전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는 향후 5년간 성평등 정책 기반 구축과 함께 여성의 경제·사회적 참여확대 등에 앞장선다고 한다. 이런 변화들로 인해 김해시가 '페미니즘 도시'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주위 반응을 살펴보면 김해가 여성친화도시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고 알아도 제대로 된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통해 성평등 도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사소한 변화가 쌓이고 쌓여 사회를 바꾼다. 페미니즘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김해지역에 대중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