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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보다 무서운 '명절 증후군'… 가족 간 배려와 상담으로 극복
  • 수정 2018.02.22 10:37
  • 게재 2018.02.21 09:49
  • 호수 361
  • 7면
  • 정상섭 선임기자(verst@gimhaenews.co.kr)

 
결혼 4년 차 주부인 박모(32) 씨는 지난 설 연휴 직전에 갑자기 배가 아프고 소화가 안되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온갖 검사를 해 봤지만 결과는 모두 정상으로 나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통증으로 결국 시댁으로의 귀성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박 씨가 지난 해 추석 때도 같은 증상으로 시댁을 찾지 못했다는 것. 박 씨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꾀병으로 여기고 눈치를 줘 너무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명절을 전후해 기혼여성들이 불안과 우울, 불면 등 정신적 증상은 물론 위장장애, 어깨 통증, 신체 마비 등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명절 증후군'이다. 명절이 지난 후에 이혼률이 높아지는 현상도 사회적인 명절 증후군이라 할 수 있다.




가사노동 부담에 가치관 충돌까지
스트레스가 신체·정신 증상 불러
2주 이상 지속땐 의사 진료 받아야




■명절 증후군의 원인과 증상
명절 증후군은 명절 기간을 전후해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정신적, 신체적 증상을 일컫는다. 정신적으로는 우울감과 무기력증 불안감 등이, 신체적으로는 두통 소화불량 어깨통증 등이 대표적이다. 두세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한다. 한국의 명절 문화가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홧병과 함께 '문화적 증후군'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명절 증후군은 과거의 대가족 형태가 해체되고, 핵가족화가 일반화되면서 해마다 급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평소에는 각자 2~4인으로 구성된 핵가족을 이뤄 살다가 명절 때만 되면 이전의 유교적인 대가족 문화로 들어가는 상황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때로는 제사나 가족관계, 정치 현안, 종교 문제 등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며 평소에 쌓였던 감정이 명절을 맞아 폭발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며느리들은 익숙하지 않은 음식준비 뿐만 아니라 고부갈등, 친척들과의 비교 등 갈등 상황을 갑자기 접하면서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박 모씨의 경우 명절에 시댁을 가기 싫다는 억압된 정신적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신체적 증상으로 드러난 사례로 볼 수 있다.
 
봉생병원의 최진혁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명절을 앞두고 '올해도 지난번처럼 힘들겠지' 하는 감정과 기억이 신체적 고통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통증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해져 두통, 복통 등을 호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 세대, 전 연령층에 확대
최근에는 주부 외에도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 미혼 젊은이, 노인 세대 등 많은 사람들이 성별과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명절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명절 때 여러 친척들이 모여 안부를 묻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성적이나 대학 진학, 취업 준비생은 취업 여부 등 부담스러운 화제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느낄 수 있다. 미혼 젊은이들의 경우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받으면서 큰 중압감과 반발심을 갖기도 한다. 기혼남성들도 절반 이상이 명절 증후군을 앓는다는 통계가 있다. 장거리 운전과 교통체증, 경제적 부담, 아내의 짜증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기혼 남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이다.
 
노인 세대들은 명절이 끝나고 자식들이 모두 떠난 후 상실감으로 인해 공허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명절후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자녀들, 손주들이 돌아가며 북적대던 집이 한순간에 조용해지면서 더 우울해지고 외로워지면서 허무한 생각이 드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한편으로는 사위나 며느리를 대할 때의 부담감이 그대로 남아 수면장애를 겪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어떻게 극복할까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의 이해와 세심한 배려가 필수적이다. 특히 명절 기간 과도한 가사노동, 가족 간 갈등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린 주부들의 경우 남편과 자녀들의 따뜻한 말과 행동이 꼭 필요하다.
 
남편은 고생하는 아내에게 격려와 위로의 말과 함께 보상의 표현으로 선물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집안일을 더 많이 돕는 태도가 필요하다. "힘들었지?" "당신 덕분이야" "내가 좀 도와줄까"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아내의 수고를 인정해주고 공감을 표해주면 서로 마음이 편해지면서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모님들의 명절후 증후군을 줄이기 위해서는 돌아간 후에도 전화로 안부를 자주 묻는 등 자녀들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부모 역시 모임이나 취미활동 등 평소 생활로 하루빨리 돌아가 허전함과 우울감을 극복해야 한다.
 
최진혁 과장은 "가벼운 명절증후군은 전후 2~3일 내에 나타났다가 자연스레 없어진다"고 말하고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될 경우에는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신과전문의의 상담을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

 도음말 =최진혁 봉생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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