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기술' '혁신적 디자인'
'선도적 마케팅' '보편적 가치'
 세계인 사로잡은 20개 브랜드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프라다, 구찌, 버버리, 페라가모, 겔랑….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고 얘기하는 것들이다. 소위 세계적 명품들. 한데 많은 사람은 명품에 대해 오해하곤 한다. 비싼 가격과 경제적 가치에만 집중, 사치품 혹은 재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보는 것이다. 하지만 오롯이 그렇게만 치부할 수 없는 게 명품이다. 그 속엔 꽤 전략적이고 혁신적인 뭔가가 있다. 배울 게 있다면 배우는 게 좋다.
 
<명품 불멸의 법칙>은 명품이라고 하는 소위 세계적인 일류 브랜드의 생존 법칙을 살핀다. 무엇이 명품을 명품답게 만드는지 말이다. 
 
저자는 "명품은 고유한 향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마치 식물이 향기를 풍겨 새나 곤충을 유혹해 번식하는 것처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향기, 즉 독보적인 성공 전술이 되는 명품의 향기 말이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명품의 최대공약수를 '압도적인 기술' '혁신적인 디자인' '선도적인 마케팅' '보편적인 가치' 이렇게 4가지로 꼽는다. 이를 중심으로 20개 브랜드를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흔히들 명품 하면 "사치품이다"라고 얘기하지만, 명품의 창업자들을 보면, "꼭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냐하면, 창업자들은 대부분 기술자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루이뷔통의 창업주는 목수, 가브리엘 샤넬은 재봉사, 티에리 에르메스는 마구상,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갖바치, 토머스 버버리는 포목상이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이 가진 뛰어난 실력과 기술을 토대로 창업해 최고의 제품을 만들었다.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만든 제품을 상류층이 경배하는 명품으로 승화시킨 핵심 요인, 그건 이처럼 '압도적인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술만으로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구찌는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를 고용했다. 만약 그런 디자이너가 없다면 세계적인 거장을 찾아 디자인을 맡겼다. 루이뷔통은 전통적인 디자인에 팝 아트를 입혀 럭셔리 시대를 열었다. 스티븐 스프라우스와 함께 낙서처럼 휘갈긴 형광 그라피티 모노그램을, 쿠사마 야요이와 함께 물방울 모노그램을 만들어 대중에게 선사했다. 디자인으로 명품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기술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이 된다 했던가.
 
기술과 디자인, 여기에 또 하나 필요하다면 마케팅이다. 명품은 '선도적인 마케팅'으로 존재를 확인한다. 이를테면 페라가모는 지하철 통풍구 위에서 치맛자락을 붙잡는 메릴린 먼로의 육감적인 각선미를 부각했고, 할리데이비슨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오토바이를 타고 위풍당당하게 질주하게 했다. 기술 이외의 영역에서는 젬병이었던 대부분 창업자는 동료나 다음 세대 경영자의 활약으로 선도적인 마케팅을 펼쳐 시장을 장악했던 것이다. 
 
압도적인 기술을 꿈꾸는 기술자와 선도적인 마케팅을 꾸미는 마케터, 혁신적인 디자인을 그리는 디자이너는 모두 같은 고민을 품었다. "우리 브랜드의 기술, 마케팅, 디자인은 과연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 명품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받는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탁월한 후대 경영자는 치열한 생존 투쟁으로 얼룩진 브랜드의 역사 속에서 마침내 보편적인 가치를 찾아냈다. 루이뷔통은 창업자 루이의 가출로 시작된 창업 이야기를 '여행'이라는 가치로, 알레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식기로 '가족'의 가치를 풀어냈다.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통해 '자유'의 가치를 전파했다. 
 
저자는 명품은 압도적인 기술, 혁신적인 디자인, 선도적인 마케팅, 보편적인 가치라는 4가지 유전자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라고 얘기한다. 이들 유전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진화의 흐름을 주도하며, 이 4가지 유전자를 기반으로 명품의 향기는 생성된다는 것이다.
 
곳곳에 명품과 관련된 스토리가 더해져,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을 읽고 나면, 명품의 유전자는 호사스러운 궁전에서 극비리에 전승되는 가문의 암호가 아니라, 약육강식하는 생존의 정글에서 목숨을 걸고 지켜온 족보의 유전자임을 알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명품은 쌓인 시간과 역사가 되어 향기가 짙어지는 마법을 펼치는지 모른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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