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영상매체, 연극 등 역사와 대면하는 수단은 많다. 하지만 삼국유사 이외에 변변한 사료가 부족한 가야사의 실체를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통로가 바로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역사를 우리의 삶과 이어주는 기능을 한다. '박물관의 탄생'의 저자 도미니크 풀로는 "기억이라는 개념은 20세기 후반부터 등장한 비교적 새로운 화두다. 박물관은 인간과 삶을 구성하는 여러 사건들을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기리고, 애도하고, 시대적으로 적절한 의미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억의 재생과 환기, 치유의 과정들이 모두 세계 안에서 이루어져 너와 나의 위치를 찾고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것이 박물관의 순기능"이라면서 현재 우리의 자리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 박물관이라고 강조한다. '가야'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박물관 가운데 '국립' 박물관은 김해국립박물관이 유일하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고대국가인 가야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하자는 뜻으로 공약으로 설립을 약속했고, 1997년 비로소 개관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고고학 중심 전문박물관이다. 가야는 다른 고대국가에 비해 역사기록이 부족하기 때문에 유물·유적의 발굴을 통해 가야사를 복원할 수 있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산하에는 12개 지역 국립박물관과 1개 전시관이 있는데 가야사를 다루는 국립박물관은 국립김해박물관이 유일하다. 경남의 또다른 국립박물관인 진주국립박물관은 임진왜란을 전문으로 특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가 포함되면서 가야사 복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금관가야 왕궁 추정지인 봉황동 유적 등에서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계속 나오면서 이를 담아낼 국립김해박물관이 조직이나 규모 면에서 확장되어야 할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가야사 연구·복원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이후에도 아직까지 국립김해박물관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가야사와 관련해 중앙박물관 차원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올해 가야사 사업을 위해 별도로 예산이 책정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도 "가야사 연구·복원을 주관하는 문화재청이 연구와 발굴을 중심에 두고 사업을 편성한 상황에서 아직 국립중앙박물관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방안은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과제로 채택된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의 주관부처는 문화재청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외청이긴 하지만 독립된 권한을 부여받은 기관이기 때문에 박물관 관련 내용을 제대로 국정과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른바 '부처간 칸막이'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역사 뿐 아니라 교육, 관광에서 박물관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의 역할도 커지는 상황이다. 전국 두 번째 규모인 국립경주박물관이나 백제를 다루는 국립부여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을 보면 가야사 전문박물관인 국립김해박물관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시민의 삶 속에 와닿는 가야사 복원을 위해 국립김해박물관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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