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진 생명나눔재단 사무총장

3포 세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의 이 용어는 대한민국의 청년들의 그늘진 삶을 반영하는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린 적나라한 표현이다. 지금 우리의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 뿐만 아니라 일자리마저 포기해야 할 지경에 놓여있다. 다수의 부모세대는 내집마련이라는 인생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살아왔지만 현실의 청년세대는 그런 꿈 조차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IMF 금융 위기 이후 성장둔화와 경제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한 해고가 쉬운 형태의 일자리와 고용이 보편화되면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규직 일자리는 줄어들었다. 또한 도시의 인구집중화와 과밀화로 인한 부동산 가치가 크게 오르면서 주거의 안정성도 요원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1호'로 일자리 정책을 발표하였다. 대통령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청년일자리 문제를 국가재난에 비유 할 만큼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이렇다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청년일자리 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행정부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행정부를 강도 높게 질책하면서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간절한 바램과는 다르게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세계경제포럼(WEF) '2016 미래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전 세계 고용의 65%를 차지하는 선진국과 신흥시장 15개국에서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고했다. 또한 대한민국 통계청의 발표(2017)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은 9.9%로 2000년 이후 최악의 상황이며, 실질적인 체감 실업률은 22.7%가 된다는 평가를 하였다. 게다가 올해부터 적용된 최저임금 인상은 심리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그 여파로 대다수 업종에서 청년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직장인 853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자녀 직업'을 조사한 결과 1위는 '공무원'이었다. 청년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 이다. 청년들은 왜 공무원이 되기 위해 그토록 목숨 거는 것일까? 정부의 공무원 증원 정책도 반영 되었겠지만 스펙, 학벌, 배경 등 까탈스런 조건없이 시험성적만으로 채용이 되고, 정년까지 보장되며 퇴직 후 안정적인 노후가 가능하기 때문에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성장 전략 방향을 4차 산업혁명으로 크게 방점을 찍었다. 신산업, 신기술, 인재양성, 새로운 일자리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성장 동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기조이지만 정부의 혁신성장 전략의 방향과 청년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 내용 중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대단히 감동스러운 연설이였다. 평등, 공정, 정의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의 의지가 담겨져있다. 청년들은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직면해 있는 불공정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최근 공공기관과 공공 단체 1190곳 가운데 946곳에서 4788건의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정부의 발표에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세대는 허탈감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비교적 공정하다고 알려진 공공기관 조차도 채용비리가 만연한데 일반기업의 상황은 어떠할까?
 
부정입학, 병력비리, 채용비리, 부정청탁, 권력남용 등 우리사회에 퍼져있는 부정부패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취업 무전백수' 있는 자와 없는 자의 가름으로 청년을 울리는 폐단을 도려내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정착되어야 한다. 취업의 기회조차 혈연, 지연, 학연으로 결정되는 썩은 구조는 반드시 긁어내고 발라내어야 하는 시대의 과제이다. 불공정한 구조와 부패한 사회가 탄생시킨 괴물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이 땅의 청년들은 끊임 없이 좌절하고 절망하여, 이윽고 희망을 꿈꾸는 것 조차 포기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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