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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정보’의 사회 경제적 비용강한균의 경제칼럼
  • 수정 2018.02.27 18:25
  • 게재 2018.02.27 18:21
  • 호수 362
  • 9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report@gimhaenews.co.kr)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세계는 지금 가짜 정보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가짜 뉴스로 피해를 입은 바 있는 교황은 최근 가짜뉴스를 '사탄의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미국 민주당 힐러리 대통령 후보 또한 이슬람국가(IS)와 연계 되었다는 가짜 뉴스로 선거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언론을 상대로 본인이 직접 선정한 '2017년 10대 가짜뉴스 상' 리스트를 만들어 발표 했다. 마침내 구글은 팩트 체크 기능을 전 세계의 검색결과 및 뉴스 섹션에 적용하며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 했다.

우리의 가짜 정보의 역사도 가혹했다. 1519년 중종 14년 기묘사화로 인해 꽃다운 30대에 사약을 마신 위대한 개혁 사상가 조광조도 가짜 정보의 피해자다. 후궁 희빈 홍씨는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주초위왕(走肖爲王)의 글씨를 나뭇잎에 꿀로 새겼다. 벌레가 글씨를 갉아 먹게 한 후에 나뭇잎을 궁안 개울에 띄워 놓고 의도적으로 왕에게 보이게 했던 것이다.

가짜 정보의 폐해 정도는 완전 가짜 보다는 어느 정도의 진실에 가짜를 덧씌운 경우가 파괴력이 훨씬 더 크다. 얼마 전 우리은행 신년 달력에 수록된 어느 초등학생의 그림 사건이 그러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떠도는 그림을 한 회원이 카톡방에 옮겨 놓으면서 카톡방은 열띤 이념 논쟁으로 번졌다. 

우리은행이 주최한 미술대회 수상작에서 대상을 받은 통일나무 그림이었다. 통일나무 오른손에는 태극기, 왼손에는 인공기가 약간 높게 그려져 있었고 어깨동무를 한 아이들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림에 부가적인 설명이 문제였다. 뿌리 근처에 있는 몇 개의 꽃송이에는 '김정일 화', 꼭대기 부분 꽃송이들에는 '김일성 화', 어린이 목에는 '붉은 소년단 스카프'라고 적혀 있었다. 그림은 마치 적화통일을 암시하는 듯 보였다.

카톡방에는 금새 다양한 댓글이 난무했다. '초등학생의 그림에 정치성을 띤 어른이 개입됐다' '인공기와 대한민국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이 그림을 보고 무감각한 어른들이 더 충격적이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보수단체와 야당은 좌파세력 음모를 규탄하고 우리은행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대한민국의 안보불감증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고 맹비난했다. 급기야 미국 교민 사회에서도 카운티에 배포된 달력을 즉시 회수하지 않으면 예금거래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실상은 이러했다. 우리은행 후원의 초등학생 미술대회는 매년 열려왔고 직전 정부와 전전 정부 때의 수상작에도 인공기는 등장했었다. SNS에서 떠도는 '김일성 화' 등의 자극적 표기는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써 놓은 것이었다.

가짜정보는 찬성과 반대, 보수와 진보 등 편 가르기를 하는 데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이렇게 편 가르는 정보에 익숙하다보면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기 보다는 자신의 편향된 정보에만 집착하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확증편향적 성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정보의 확산 현상은 건전한 토론과 타협보다는 심각한 사회갈등을 유발해 갈등 해소에도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치루게 한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사회갈등지수 10%를 낮추면 일인당 국내총생산(GDP)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 개최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4대 스포츠 제전을 유치한 국가가 됐다. 세계경제 규모 11위, 교역 규모 6위, 올해 일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진입도 유력하다. 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의 국가 그룹 소위 30-50 클럽의 일곱 번째 멤버도 예약했다.

우리 사회는 외견상 선진국 조건을 갖추었지만 신뢰와 배려는 사라지고 태극기와 촛불로 이념의 양극화는 극에 달했다. 왜곡된 가짜 정보까지 더해지면서 통일을 염원하는 순수한 초등학생의 인공기 그림 하나 수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우리 사회가 자못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해뉴스 /강한균 인제대 명예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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