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상화폐의 광풍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두고 혹자는 튤립버블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블록체인은 기술의 미래이자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혁명이라고도 주장한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1630년대 당시 호황기를 누리던 네덜란드에서는 검약정신이 사라지면서 사회분위기는 소비와 과시욕으로 치장되기 시작했다. 튤립의 모양이나 색깔을 가지고 계급을 매겼고 대중들은 튤립에 집착하면서 튤립 가격은 천정부지로 상승하였다. 이른바 '황제튤립' 한 송이는 수도 암스테르담의 집 한 채 값과 맞먹었다. 영국에서 철도 역시 유사한 형태의 투자형태를 보여 주었다. 말보다 빨리 달리는 이 신기한 물건은 황금알을 낳는 투자수단으로 인식되었고, 처음 몇 개의 회사들이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자 돈은 철도회사로 몰려들었다. 정부의 통제가 없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철도회사를 차리고 주식을 공모하면서 가난한 서민들까지 철도회사의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투기꾼들의 작전이 판을 쳤고 그 피해의 대부분은 대중들의 몫이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토인비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위와 같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도 일어났다. IT버블로 칭호 되는 그 시절 수십에서 수백 배까지 치솟아 오르는 주가를 보면서 사람들은 지갑을 여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서울 테헤란로의 밤거리는 불야성을 이루었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못 사서 애를 태웠다. 비상장 주식을 사기 위해 투자자들은 전국을 돌아다녔고 그것이 이른바 엔젤투자의 기원이 됐다.

흔히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기준을 제로섬으로 구분 한다. 예를 들어 고스톱을 치는 경우 돈을 잃은 사람의 금액과 번 사람의 합계액은 제로가 되고 이런 경우 투기라고 한다. 반면에 부동산의 경우를 살펴보면 단 한 채의 아파트만 거래되어도 주위의 시세를 형성하기도 하고, 주식 같은 경우는 전혀 거래가 없어도 기세만으로 상·하한가를 가기도 한다.

그런데 투자의 대상인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기라는 용어를 쉬이 붙이는 이유는 자본의 회전력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자본의 승수효과는 2배~3배 정도가 적당하나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에는 0.9배가 안될 정도로 신용경색(거래상대방 위험)이 심하였다. 하지만 '천당 위에 분당'이라고 칭할 만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당시 우리나라의 화폐의 승수효과는 무려 26배를 넘었다.

더불어 투자의 장을 투기 판으로 바꾸는 데는 제도나 법규의 미비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실례로 비트코인 거래소 등이 설립되고 수 백만의 투자자들이 수 조원의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가상화폐의 법적 지위나 규정하나 제대로 만들지 않은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국은 선물제도를 통해 혹은 일본은 제도권으로의 수용을 통해 나름대로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네덜란드가 튤립투기를 넘어 세계적인 튤립 수출 국가가 되었고, 한국도 IT버블을 겪은 후 세계적인 IT 강국이 된 것처럼 가상화폐 또한 제도적 정비를 통해 건전한 투자 대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해뉴스 /유범재 유안타증권 김해지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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