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이에게…
대만 최고 작가의 감동 우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뭘까?" "강을 거슬러 올라간 가장 큰 이유는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인지 몰라." 흔히 삶이 팍팍할 때, 우리의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자신에게 되묻는 말처럼 들린다.
 
생태와 자연, 동물을 소재로 글을 써 온 대만 최고의 작가 류커샹의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은 삶에 흥미를 잃은, 그러나 어떻게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내려는 고래 모모가 삶과 죽음,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떠난 푸른빛 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우화다. 책은 자연과 인간이 나누는 생의 교류를 저자 특유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담아낸다. 더하여 '진정한 나'를 찾아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래 모모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잃고 무기력해진 현대인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혹등고래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어미를 잃고 범고래에게 쫓기는 새끼 귀신고래를 구해주었다든지, 위기에 처한 바다표범을 구해준 것으로 가끔 뉴스에 오르내리는 고래로 유명하다. 흔히 고래가 물속에서 배를 위로한 채 솟구쳐 올라 몸을 활 모양으로 구부린 후 머리를 물속으로 넣는 행동(브리칭·Breaching)을 할 때가 많은데 혹등고래는 브리칭을 하며 재주를 가장 잘 부리는 고래로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종종 볼 수 있다.
 
책 속 주인공 모모는 다른 고래들과의 먹이 다툼에서 번번이 지곤 하는 평범한 혹등고래다. 그런 모모에게 싸움, 교배, 번식, 집단사냥 등 고래들에겐 당연한 일들이 때론 고통스럽기만 하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자신과 대화를 즐길 줄 아는 모모. 하지만 다른 고래들은 그런 모모를 멸시하고 구박한다.
 
여느 날처럼 걸려온 싸움에 마지못해 전투준비를 하던 모모는 상대 고래가 과거 자신을 상처입히고 패하게 만든 고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상대 고래의 이름은 바이야. 자신감 넘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이야를 따라 모모는 바다에서 강으로 역류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한다. 비록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때문에 떠난 모험이었지만, 생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 속에서 모모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한다. "나는 지금까지도 나 자신과 나누지 못한 대화가 많아. 그런데 어떻게 다른 고래랑 대화할 수 있겠어?"
 
지금까지 모모는 그 어디에서도 삶의 압박을 느낄 만한 중대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그가 강을 역류해 갈 만큼의 큰 결심을 하도록 몰아넣은 삶의 압박이나 스트레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강을 거슬러 올라간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삶의 목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긴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죽음이 가까워지자 모모는 다시 한번 강으로 가는 여정을 택한다. 생명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자기만의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조금씩 풀어나간다.
 
푸른 바다, 시끄러운 갈매기, 호기심 많은 병어, 싸움꾼 범고래를 떠나 고요한 강,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키 큰 갈대숲으로. 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는 모모를 둘러싸고 대자연의 서사가 편안하고 따뜻하게 펼쳐진다. 혹등고래가 점프하고 헤엄치는 모습, 거품그물을 만들어 사냥하는 모습, 어미고래가 새끼고래와 놀아주는 모습 등도 현실감 있게 묘사돼 있다. 특히 거대한 자연 속에 존재하는 작디작은 생명들의 공존과 교감의 순간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던 모모. 마침내 그는 '죽는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기로 결심한다.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온 그가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분명 인간의 그것과 닮았다.
 
외롭고 겁 많은 고래 모모의 긴 여정 속에 삶과 존재의 의미를 유쾌하면서도 철학적으로 녹여낸 이 소설은 우리에게 질문한다.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외롭고 겁 많은 고래 모모가 전하는 가슴 벅찬 동화 같은 이야기. 마치 안도현의 <연어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마음이 정화된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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