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전경. 여러방향을 품고 있어 당당하면서도 따뜻하다. 1층 점포는 상호가 바뀌었다. 사진제공=건축사진작가 윤준환

  

오각형 부지모양 창의적으로 극복해 내
 진입로 계단, 양쪽 공간 매듭처럼 연결

 의뢰인 미래 가족구성 복층설계로 반영
 재정여건 고려 지속 유지 가능하게 기획

 무량판 구조 통해 율하천 흐름을 재현
 “건물 하나하나가 거리 풍광 좌우” 소신

 

▲ 건물 앞에 흐르는 율하천.

김해에서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율하지구다. 율하천 주변에는 모던한 카페거리가 들어서 그런 핫한 분위기를 전해준다. 율하천은 좀 심심하게 직선으로 흐르는데, 카페거리 근처에 와서 용트림 하듯 한번 구비친다. 이 지점에서 하천을 향해 열린 듯이 활짝 펼쳐진 한 건물을 볼 수 있다.
 
이름은 'Flowing House'. 짐작대로 율하천의 흐름과 주변 풍광을 이름 속에 담았다. 얼핏 보면 건물이 두 개인 것처럼 보인다. 왼쪽과 오른쪽 건물이 비스듬히 각을 지어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있어서다. 자세히 보면 진입계단을 포함한 건물의 중간 부분이 왼쪽과 오른쪽 두 공간을 매듭처럼 연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고 있는 형상이랄까.
 
"건축을 의뢰 받을 당시 이 거리가 번잡하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거리는 아니었어요. 여기에 멋진 건물을 지으면 풍광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작은 건물들 하나하나가 잘 지어져야 전체 거리가 예뻐져요." 이 건축물을 설계한 서금홍 동아대 건축학과 교수의 말이다.
 
이런 독창적인 형태가 구상된 건 독특한 부지 모양의 탓이 크다. 부지는 앞면과 옆면에 예각으로 된 도로를 끼고 있는 오각형이었다. 통상적인 박스형 건물을 앉히면 쓸모없는 자투리 공간이 많아지는 데다 전체적으로 볼품도 없어진다.
 

▲ 건물배치도(위)와 3층 평면도.

 
건축 의뢰인은 당시 미혼이었다. 앞으로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식구가 점점 늘어나는 그런 미래 상황을 감안해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경제적 여건도 충분하지 않았다. 오각형의 부지와 건물의 경제적 활용방안, 건축주의 변화하는 인생사, 그리고 율하지구 건축규제인 박공 지붕(경사 지붕)과 색채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주어졌다. 이런 제한된 조건들이 독창성을 빚어내는 동력이었다고 할까.
 
서 교수는 설계 디자인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건축주의 여건에 가장 맞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축가이다. 공사비는 의뢰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 지, 또 건물 유지를 위해 어느 정도의 임대수익이 필요한 지까지 감안한 프로그램을 짠다. 이는 대학에 오기 전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해 온 경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이 건물은 3층짜리 다가구, 근린생활시설이다. 경제적 운용을 위해 1층은 점포로, 2층은 2가구에 임대했다. 건축주가 살고 있는 3층을 들여다 보자.
 
3층은 복층 구조다. 정면에서 바라볼 때 오른쪽 공간은 침실이다. 화장실과 욕실이 있어 혼자 지내기에 불편함이 없다. 왼쪽 공간은 거실이다. 주방과 식탁이 있고 전면에 올글라스 창문을 달아 율하천과 주변 경치가 큰 화폭으로 담긴다. 손님들과 어울리는 친교의 공간으로 쓰기에 좋다. 혼자 살 때는 침실만 쓸 수도 있고, 결혼하면 자연스레 거실까지 활동공간이 확대된다. 침실과 거실 사이는 날씬한 허리 같은 통로로 연결돼 재미있다.
 

▲ 거실에서 바라본 바깥풍경. 계단을 통해 복층 아이방과 연결된다.

거실의 위에는 복층으로 방을 두 개 배치했다. 나중에 아이들방으로 쓸 수 있다. 침실의 위에는 다락방으로 게스트룸을 만들었다. 손님 숙소나 서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공간에는 방문이 없다. 나중에 필요할 때 달더라도 우선 소통을 중시한 것이다. 이렇게 되니 전용면적으로는 60평 규모이지만 실제로는 80평 가깝게 되었다. 
 
이 건축물은 기둥과 대들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이다. 지붕과 벽, 그리고 슬라브가 'ㄹ'자 모양으로 흘러내린다. 바깥에서 보면 건물 모서리를 따라 흰색으로 도톰하게 튀어나온 무량판 구조의 틀이 드러나있다. 이 또한 율하천의 흐름을 재현하는 모습이다. 이 집의 이름 'Flowing House'의 의미가 여기에도 숨어 있는 것이다.
 
뒷집이 고민이었다. 이 건물이 들어서면 뒷집의 일조권과 무엇보다 율하천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침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뒷집 주인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해 건물을 최대한 앞쪽으로 빼고 뒤에는 주차장을 배치하는 등 공간을 비웠다. 
 
마감재는 드라이비트를 택했다. 요즘 이 재료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지만 당시 건축주의 사정상 경제성과 효율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싸고, 또 단열에 뛰어난 재료다.
 
지붕은 통상 박공지붕에 사용하는 기와나 리얼징크 대신에 나무에 검은 오일로 칠해 사용했다. 기와는 모던한 디자인에는 맞지 않고, 리얼징크는 흠집이 날 경우 녹이 번지는 단점이 있어 선택에서 제외했다. 
 
"건축물을 설계할 때 가족 구성원 모두의 희망 사항을 들어보고 최대한 반영해요. 그러다 보니 아파트나 근린생활시설 등은 작업을 안하게 되었어요. 누가 와서 살지 모르는 건물을 설계하는 것은 누가 입을지 모르는 옷을 짓는 것과 같죠." 서 교수의 생각이다.  

플로잉 하우스 / 대지면적 244.6㎡, 건축면적 143.2㎡, 연면적 392.1㎡, 철근콘크리트 구조.
 


 

 건축 작가의 말  

▲ 서금홍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좋은 사람을 만나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건축가의 가장 큰 축복이다.
율하천의 굽이치는 물로부터 불어오는 기분좋은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품고 있는 부지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더불어 누가 어떤 집을 지어도 행복할 수 있는 멋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멋진 땅 위에 건축주를 위한 편안하고도 최적화된 집을 지어드리기 위해 3가지 원칙을 세웠다.

우선 젊은 건축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성비 높은 건축을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다음은 좋은 자연조건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연친화적인 건축을 추구하는 패시브적 건축요소를 도입하였고, 마지막으로 새롭게 조성되는 지역의 가로 경관을 견인하는 건축물이 될 수 있도록, 상호 소통하는 열린 디자인을 제시하였다.

집을 짓는 사람은 맛있는 밥을 지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엄마의 마음과 같은 행복감을 남기고 싶어한다. 때로는 나의 부족함으로 설익은 밥이 되더라도, 나는 밥 짓는 내내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하는 마음으로 충만하였다. 특히 설계에 그치지 않고 건축되는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건축가로서의 작업은 하루하루 끊임없는 긴장감으로 나를 학습시켜왔다.

집을 지으면서 소중한 삶의 일부를 맡겨준 건축주에 대한 책임감이 컸다. 또 그 과정에서 함께한 많은 인연들에 대해 소중하고도 감사한 마음이다.


김해뉴스 /이정호 선임기자 cham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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