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지역에는 특별한 문화공간이 있다. 바로 생림면 도요마을에 위치한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다. 이 공간은 김해시와 경남도교육청이 도요분교를 활용해 지은 것으로 예술인들이 상주하며 한적한 시골마을에 은은한 예술의 향기를 퍼뜨렸다.

벚꽃 흩날리던 2009년 봄. '연극계의 거물'로 불리던 이윤택 연출가가 연희단거리패와 시인들을 이끌고 도요마을에 나타났다. 그가 몸담고 있던 밀양연극촌이 축제장소로 유명해지자 창작 작업에 몰두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는 도요창작스튜디오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곳에서 30여 명의 배우들이 먹고 자며 수많은 연극을 생산해냈다.

이윤택은 제작 활동에만 그치지 않았다. 도요스튜디오 안 도서공간인 '도요나루'에서 매월 문학행사인 '맛있는 책읽기'를 열었다. '도요가족극장'에서는 연희단거리패의 초연작을 공연했다. 관람객 대부분은 소극장 공연을 접해보지 않은 도요마을 어르신들이었다. 그는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도요마을 강변축제'도 개최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부산, 창원, 양산, 밀양, 진주 등지에서 수백 명의 관광객들이 도요마을을 찾아왔다. 시골의 정취는 물론 수준 높은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어 마을안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7월 도요마을에 근거지를 두고 있던 '도서출판 도요'가 부산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한 '가마골 소극장'으로 옮겨가면서 도요창작스튜디오의 행사는 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요예술촌은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의 연습공간으로 활용됐고 강변축제도 열렸다. 여름방학 기간 동안에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극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하지만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에 의해 이윤택의 성범죄가 폭로되면서 도요마을에서 열리는 모든 문화행사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김해시는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 운영단체인 도요창작스튜디오와 위·수탁 협약을 해지하고 민간행사 사업보조금 지원도 취소했다.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1개월 이내에 공간을 비워야 한다.

이윤택은 '김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도요마을은 연희단거리패의 심장이자 최종 정착지'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됐고 심장이라 불리던 도요마을도 활기를 잃어버렸다.

지역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불리던 도요예술촌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된다. 김해시는 김해예술창작스튜디오의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이윤택 사태를 기회로 삼아 도요마을에 잃어버린 문화예술의 향기를 다시 퍼트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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