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김해시가 주최한 한 포럼에 취재차 참석했다. 김해를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지역리더들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한 시민단체의 직원은 이날 포럼에서 "김해에는 문화모임을 가질만한 공간이 없다"는 지적을 했다. 그러자 진행자는 지역의 한 문화단체 대표에게 "실제로 공간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활용이 안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화단체 대표는 "공간은 많다"고 대답했다.
 
개인적으로 '공간이 많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역의 문화계에서는 늘 공간 부족에 관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초 김해뉴스가 주최한 예술인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단체의 대표는 자신이 소속된 단체의 이름을 딴 회관을 시가 건립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를 대표하는 전문인 예술단체'라는 게 이유였다. 현재 운영 중인 김해문화기관의 문턱이 너무 높아 대관의 어려움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반대로 예술인들이 자생적으로 대안공간을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안공간이란 소위 말하는 무게감 있는 문화 시설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공간들도 포함이 된다. 최근 김해 곳곳에는 이러한 시설들이 늘고 있다. 여러 개의 공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도 있다.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나름 개성 있게 잘 운영되고 있는 시설들을 지면에 소개하고,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 전시, 행사들을 취재해왔다.
 
원도심 지역의 경우 야마하C7 그랜드피아노를 갖춘 클래식 전용홀 '마르떼'가 있다. 미술전시공간 '갤러리시선', 공연이 열리는 음식점 '하라식당'도 인근에 자리한다. 내동의 복합문화공간인 '공간이지'에서는 각종 공연과 포럼 등이 열린다. 구산동에는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 교류하는 '마키마키로스터스'와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바림' 등 이색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장유동과 진영읍, 진례면에도 작은 공간들이 세워졌다. 특히 장유 대청동에는 통합음악교육원 '음악이 주는 선물'과 도자기 전시·교육이 이뤄지는 '도자기예술창고', 서양화가 김 란이 운영하는 '갤러리란' 등이 밀집돼 있다. 또 관동동의 카페 '마벨'은 종종 그림전시·영화상영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진영에는 골프장 안에 조성된 '샤롯데갤러리'가, 진례에는 해마다 한 번씩 다른 주제로 전시가 진행되는 '소림기념관'이 존재한다.
 
지자체가 새 건물을 세우려면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시는 현재 국비 등 11억 원을 들여 동상동의 김해중앙상가빌딩을 '다(多)어울림 생활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 봄 장유에는 예산 595억 원이 투입된 김해서부복합문화센터가 문을 연다. 그러나 아무리 큰돈을 들여 건물을 잘 지어놓아도 인근에 살지 않는 사람이 수시로 그 시설을 이용하기는 어렵다. 가까운 곳에 있는 작은 공간이 더 쉽게 자주 찾아지는 법이다.
 
그렇다면 작은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에게 시가 대관료를 지원해주는 건 어떨까. 공간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적극적인 '매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다. 생활 문화 향유를 강조하는 현실의 흐름과 맞고, 예술인들이 자생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는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결국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설 건립'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기 전에 '기존 공간의 활용'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김해뉴스 /이경민 기자 min@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