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월입니다. 어제는 만물이 깨어난다는 절기, 경칩이었지요. 대학 캠퍼스도 새내기들의 등장과 함께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듯 활기에 넘칩니다. 한자어로 경칩(驚蟄)은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놀란다'는 뜻입니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지요. 예부터 우수와 경칩은 새싹이 돋는 것을 기념하고 본격적인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절기였습니다. 유수의 기업들이 신세대의 생활양식을 중요시 하는 이유도 우수와 경칩에 임하는 농부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에게는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나 그것을 주도하는 세대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트렌드의 싹을 보고 조만간 시장을 주도할 라이프스타일이나 소비패턴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특정한 세대를 이해하려면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봐야만 합니다. 트렌드에서 세대를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죠.

얼마 전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9를 공개했는데요. 가장 강조가 된 부분은 카메라의 성능이었습니다. 특히 동영상 촬영기능과 3차원(3D) 이모지(emoji, 그림문자)의 탑재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인 V30S도 인공지능(AI) 카메라 기능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기업들은 왜 이토록 카메라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힌트는 '새로운 스마트폰의 주요 고객이 누구인가'에 있습니다. 카메라와 동영상, 이모지 같은 기능들이 강조되는 것은 스마트폰의 주 소비계층인 Z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인 겁니다.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가 아니라, 말하자면 '전화도 되는' 휴대용 '생산도구'인 셈입니다.

명확한 학문적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Z세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의미합니다. 지금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거나 막 성인이 되었겠네요.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디지털 문화를 접하고 소비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아날로그와는 정말 거리가 먼 세대라고 할 수 있죠.
 

 
Z세대의 특징을 크게 3가지 정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첫째, PC나 TV보다는 스마트폰에 익숙하고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한 인간관계에 능합니다. 이들이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매체의 70%가 모바일 기기라고 합니다. 이전 세대인 Y세대조차도 모바일 기기 사용 비중은 59%에 불과합니다.

둘째, 텍스트보다 동영상을 선호합니다. Z세대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모바일에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앱을 고르라'는 질문에 전체의 50%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꼽았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웬만한 건 동영상으로 배웁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드론 조종법이 2만 9000건, 앞머리 자르는 방법이 3만 6000건 등 Z세대가 궁금해 하는 동영상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스마트폰 기업들이 카메라와 동영상 기능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젠더(gender), 환경, 사회정의 등 다양한 사안에 두루 관심을 보입니다. 대체로 알뜰하지만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캠퍼스 총기 사건에 대한 Z세대의 대응 방식에서 보듯이 이들은 아직 어리지만 스스로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회적 사안에 대해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을 막론하고 즉각 행동에 나섭니다. 상당수 기업이 '착한 기업'이 되려는 것도 이 같은 신세대들의 성향 때문이죠.

Z세대는 아직 어려서 경제활동 인구로 보기는 어렵지만 소비트렌드 변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세대여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신세대인 'X세대', 베이비붐세대의 자녀들인 'Y세대', 그리고 X세대의 자녀들로 구성된 'Z세대'는 서로 다른 세대이지만, 우리 시대의 입체적 모습을 만들고 있는 신세대들입니다. 이들 신세대가 우리 사회를 어디로 데려갈지, 그 미래 좌표가 궁금해지는 2018년 봄입니다.  김해뉴스 /배성윤 인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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