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성폭력상담소, 김해여성회부설가정폭력상담소 김해지역 9개 여성단체가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투 이후 김해 상담 건수 2배 증가
직장 상사 등 권력형 성폭력 다수
2차 피해 우려 폭로·고소는 미진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연극계, 문학계, 정치계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시민들의 성폭력 피해 상담도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투운동이 일반 시민들의 성범죄 인식에도 큰 변화를 준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까지는 직장 상사 등의 '권력형 성폭력' 폭로로 인한 2차 피해의 두려움으로 성폭력 사실 폭로나 가해자 처벌 등을 꺼리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김해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몇년 동안 2월 상담 건수가 평균 90건에 불과했으나 미투운동이 확산된 지난 2월에는 2배 가까이 증가한 173건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체 내에서 상급자에 의한 성폭력, 학원장이 학원 강사에게 가한 성폭력 등 '권력형 성폭력'이 상담 내용의 대부분이라는 게 상담소 측의 설명이다.
 
이중에는 미투운동의 사례처럼 과거에 발생한 성폭력 사건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너무 오래 전 사건이라서 공소시효가 지나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심리 상담만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미투 운동 이후 일반인들의 상담 문의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드러내고 해결하고자 하는 경우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해성폭력상담소의 상담 사례 중에서는 김해 인근 지역에서 신분 노출이 두려워 김해까지 찾아온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미투운동으로 여성들의 성범죄 인식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의 성폭력 사실 폭로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상담 증가로 미뤄볼 때 미투운동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한층 확산되면 일반인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고소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해성폭력상담소, 김해여성회부설가정폭력상담소, 장유하늘가족상담센터 등 김해지역 9개 여성단체는 지난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투운동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함께(#With You)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운동은 여성에게 자행되는 폭력이 개인의 문제나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기반한 폭력임을 말해준다"며 "여성 폭력 상담소는 피해자의 손상된 인권의 회복과 사회복귀를 위해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 인권 지원은 물론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해성폭력상담소 신순재 소장은 "상담 여성들에게 미투운동 참여를 권하기도 했지만 모두 이를 부담스러워해 내용을 밝힐 수 없었다"며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위급한 경우 긴급피난처도 제공하고 있으니 언제든지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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