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고독·꾸밈·성찰·수행·감각
6개 코드로 '아름다운 사람' 연구
인문학적 잣대로 아시아 '美' 찾아



아름다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어떤 모습의 이미지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사랑, 고독, 꾸밈, 성찰, 수행, 감각 등 6개의 코드로 이 문제에 접속한 탐구서가 나왔다. '아름다운 사람' 연구서라고나 할까. 제목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하지만 연구서라고 해서 결코 이해하기 어렵거나 읽기에 딱딱하지는 않다. 아모레퍼시픽재단의 지원 아래 진행된 아시아 뷰티 탐험대의 '아시안 뷰티 탐색 프로젝트'의 두 번째 공동 작업 성과를 묶어낸 책이다. 아시아의 미(美), 곧 아시아적 특성을 지닌 아름다움을 아름다운 사람의 여러 구체적 모습들로부터 찾아 들어간다.
 
아시아 미 탐험대의 책임연구원인 연세대 사학과 백영서 교수는 책 서문에서 "모순에 찬 현실 세계의 복잡다기함에 직면하기 위한 새로운 주체인 '온전한 인간'을 바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규정하여, 그들의 여러 모습을 탐구했다"고 밝혔다.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 고독한 사람, 꾸미는 사람, 성찰하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 오감으로 즐기는 사람'이 바로 아시아 미 탐험대가 찾아낸 아름다운 사람의 여섯 가지 모습들이다. 탐험대는 이들의 모습에서 겹쳐지는 특징을 가진 사람에게 '사회적 영성을 찾는 사람'이란 별칭을 붙였다. 이들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나 인격 수양, 교양주의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백영서 교수는 이런 사람이 되는 길은 역사의식을 벼리는 겸손함, 도덕성, 공감 등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사람의 여러 모습을 탐구한 책이니만큼 탐험에 직접 참가한 교수 6명의 전공 분야와 탐험 방식도 다양하다. 백영서 교수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일본 영상문화론과 표상문화론 전공인 강태웅은 한국, 타이완, 중국, 일본의 영화를 비교해 분석하면서 시간과 죽음이라는 역경을 마주하며 '아름다운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의 모습을 부각한다. 가령, 동양의 순환적 시간관에 바탕을 두었기에 환생을 다룬 동아시아 특유의 사랑 영화가 나올 수 있었고, 관객들은 역경을 극복해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인간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사회인류학 전공인 김영훈의 경우는 아시아지역의 감각 체계, 곧 오감을 통한 미적 쾌(快)를 추구한 사례를 분석해 감각적 삶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오늘날 몸을 가진 인간이 도덕적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수행에서 감각 체험과 미적 감성도 중요한 통로이자 훈련과 수신의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화인류학과 여성학 전공인 김현미는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청년층에 대한 심층 면접을 통해 '수행하는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임을 일깨운다는 지적이다. 삶의 영역 모두를 잠식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내면을 돌보고 보살펴 결국 자아를 회복하는 수행 과정은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주체로서 자각을 가지고 통합된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인 것이다. 한국 미술사를 전공한 조규희는 조선시대 경화세족의 '산거도'나 18세기 전후의 그림 속으로 은둔하고자 하는 풍조를 예로 들어 고독하고 소박한 환경에서 감각을 깨우며 감수성 풍부하게 사는 모습이 많은 사람이 간절히 원하고 공감하는 모습임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산업디자인 전공인 최경원은 조선시대 지식인들은 일상 공간 속 꾸밈을 들여다봄으로써 건축과 정원과 가구를 통해 무형의 철학적 이념을 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실현하고자 했다고 분석한다. 건축물에서의 차경, 사는 집과 가구에 구현된 막힘과 뚫림 등으로 음양과 절제된 조형, 엄밀한 비례를 통한 심미감을 실현한 것으로 본다.
 
한국고전문학을 전공한 최기숙은 성찰은 '본다는 것'에서 '사유'로 이어질 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영화 '립반윙클의 신부'와 '무뢰한', 만화 <미생>의 세계를 소개하면서 '봄'을 매개로 한 성찰은 연습을 통해 얻게 되는 능력이며, 본다는 것과 사유는 마주 잡은 손처럼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강조한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백태현 선임기자 hy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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