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은 美 대공황시대 산물
관우에겐 청룡언월도가 없었다
‘열린 사고’ 위한 유쾌한 안내서



문화심리학자 한민은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에서 이 궁금증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그 정도는 돼야 관우의 무용을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우는 잘 알다시피 <삼국지연의> 최고의 영웅이 아니던가? 이 책이 쓰인 시기는 중국이 이민족 몽골의 지배를 받던 시대로 추정된다. 나관중이 살았던 시대, 중국인들이 무너진 한족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고 다시 한족의 나라를 세우고자 하는 바람이 관우의 청룡언월도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책은 이처럼 사람들이 어떻게 문화를 만들었으며,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다른 문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등을 담았다. 물론 여러 문화 현상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및 분석까지 곁들이며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지식도 함께 담았다.
 
중국에 관우가 있다면 미국엔 슈퍼맨이 있다. 저자는 "1938년 슈퍼맨의 탄생은 경제공황에 시달리던 대다수 미국인의 욕망이 표출된 것"이라 해석한다. 슈퍼맨은 대공황으로 무너진 미국인들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 영웅이었던 것이다. 근래 아프리카 동부 탄자니아에선 하얀 흑인(선천성 색소 결핍증 ‘알비노’를 안고 태어난 흑인)의 신체 부위를 매매하는 기괴한 사건이 있었다. 유괴, 납치는 물론 매장된 시신을 파내거나 집에 쳐들어가 팔다리를 잘라 가는 엽기적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한데, 탄자니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건 미신 때문이었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섬은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백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아프리카에서 지배자로 군림했는데, 적어도 200~300년의 세월 동안 아프리카에서 백인의 이미지는 힘과 권력, 부 그 자체였다. 과거에는 불길한 징조였던 알비노 흑인들과 백인들의 부와 권력의 의미가 합쳐지면서, 신체 일부를 취해 부를 가질 수 있는 ‘부적’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외에도 왜 한국 영웅은 죄다 도둑들인지, 서양인들은 왜 피라미드에서 외계인을 찾는지, 브라질 북부 열대우림 지역에 사는 한 부족(야노마미족)은 왜 여성을 때리는지 등등. 듣기만 해도 "그 나라 사람들은 왜 그래"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던 낯선 사람들과 낯선 문화에 대해 저자는 생생하고 유쾌하게 답해 준다. ‘야망의 세월’ ‘영웅시대’ ‘선덕여왕’ ‘천추태후’ ‘기황후’ 등 드라마와 대통령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무지개는 몇 가지 색인지를 묻는 질문도 꽤 흥미롭다. 서양은 무지개를 일곱 색깔로 구분하지만, 우리는 과거 오색 무지개라며 다섯 색깔로 나눴다. 그렇다고 우리 문화가 서양만큼 정교하지 못하다고 해선 곤란하다는 게 저자의 입장이다. 무지개색은 더 많은 색으로 나눌 수 있지만, 서양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7을, 동양은 완성의 수 5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어떤 시선으로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가’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해 온 세계의 역사는 유럽인들이 자기들 관점에서 서술해 놓은 자료가 대부분이다.
 
책에서 저자는 다문화 시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열린 사고라고 강조한다. 요컨대 문화상대주의의 관점으로 전 세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자는 것. "왜 이 문화의 사람들은 이렇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문화상대주의는 "잘은 모르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 거야. 이제부터 그 이유를 찾아보자며 답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우리 안에 내재된 서양인의 시선으로 문화를 판단하고 줄을 세워 왔던 편견의 프레임을 하나하나 바로잡아 줄 것이다. 또 우리와는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미개인이 아니고 야만인이 아니듯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적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김해뉴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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