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성 드림 성당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젊은 연인들.

 
땅 끝 언덕 성당은 드라마 세트장
임랑해수욕장엔 '무인도' 불렀던 정훈희
한 가지 소원은 들어준다는 해동용궁사
피톤치드 무한정 뿜어 나오는 '아홉산 숲'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여는 고장. 올레길을 따라 따사한 봄볕이 발걸음을 붙잡는 마을, 부산 기장군을 찾아가는 길은 죽성 드림 성당에서 시작됐다.
 
동쪽 바다에서 밀려온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땅 끝 언덕 위에 우뚝 선 죽성 드림 성당. 뾰족한 첨탑에 십자가가 걸린 유럽풍 석조 건물이다. 쪽빛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까닭 모를 향수를 자아낸다. 그 분위기에 취해 다가간 '죽성 드림 성당'. 알고 보니 신부는커녕 수녀도 한 명 없는 텅 빈 건물이다. 가톨릭 신도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성당이 아니라, SBS가 상영했던 드라마 '드림'을 촬영했던 세트장이라고 했다.
 
긴장했던 마음을 풀고 둘러 본 죽성 드림 성당. 언덕 아래 파도가 메마른 가슴을 적셔준다. 멀리 바다를 건너온 바람이 푸른 파도와 어우러진 자연의 소리. 이처럼 사람의 가슴을 시원하게 풀어줄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가 없어도 이미 제 몫을 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죽성 드림 성당 오른쪽에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스마트 폰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과연 그들은 어떤 사연들을 담고 싶은 것일까.
 
가벼운 미소와 함께 자동차로 15분가량 달려서 찾아간 임랑 해수욕장. 1970~8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 가수 정훈희가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가 있는 곳이다. 인적이 드문 겨울 바다를 외롭게 지키는 라이브 카페.
 
"파도여 슬퍼 말아라/ 파도여 춤을 추어라/ 끝없는 몸부림에…"
 
한때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대표곡 '무인도'의 가사처럼 조용한 바다 마을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는 가수 정훈희. "노랫말이 가수의 운명을 예언한다"는 속설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는 해동용궁사(왼쪽). 기장 바다를 예찬한 이광수 시비.

 
세 번째 코스로 찾아간 해동용궁사.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난 절이라고 했다. 싱그러운 파도가 눈앞에 닥칠 것처럼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절이다.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언덕 아래로 내려가서 만난 해동용궁사. 입구에는 춘원 이광수가 쓴 시비가 있다.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뫼단말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여기가 선경인가 하노라"
 
굳이 춘원의 시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산사에서 밝은 달을 바라보는 풍경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 대나무와 금강송이 어우러진 아홉산 숲.


마지막 코스로 찾아간 '아홉산 숲'. 남평 문씨 문중이 무려 400여 년에 걸쳐 조성했다는 숲길이라고 했다.
 
피톤치드가 무한정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숲속으로 들어가면 쭉쭉 뻗은 대나무 사이로 산책길이 이어진다. 그 길 따라 한참 걷다 보면 아름드리 금강송과 노송나무가 조화를 이룬 오솔길이 인사를 한다.

▲ 1937년에 지었다는 남평 문씨 종댁.

소박해 보이지만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숲길이 묘한 매력을 자아낸다. 일제강점기 마지막 호랑이의 운명을 다룬 영화 '대호'와 TV 드라마 '달의 연인' 등을 촬영한 장소로 이곳 아홉산 숲이 선택된 이유를 알 것 같다.
 
약 1시간에 걸친 숲길 산책을 마치면서 출출해진 배를 채우기 위해 찾아간 대변항. 비릿한 멸치 내음이 정겹게 다가온다. 막걸리 한잔에 미나리 향기 가득한 멸치 찌개. 따뜻한 온기가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 준다. 바로 이 맛을 보려고 기장 바다를 찾았나 보다.

김해뉴스 /부산=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자가운전 : 대감 분기점에서 차를 올려 부산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면 기장 나들목으로 직통한다.  
△대중교통 : 부산김해경전철 대저역에서 부산지하철 3호선을 타고 거제역으로 가서 동해선으로 갈아타면 기장역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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