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은 어떻게 시작되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 뇌 연구 15년 성과 집대성


어느 금요일 밤. 파티에 초대를 받았는데 일순 '그 파티 별로 재미없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파고든다. 그래서 그냥 가지 않기로 한다. 대신 깊은 새벽까지 소파에 앉아 TV를 본다. 그러니 다음 날은 늦잠을 자게 되고 기운도 별로 없다. 전화하는 사람 하나 없어 고립감은 더욱 깊어진다. 그럴수록 사람들과 어울릴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딱히 흥미로워 보이는 일도 없어 주말 내내 누워서 뒹굴기만 한다. 하지만 어느새 불행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하면 그 상태에서 벗어날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떤 판단을 내려도 다 잘못되었다는 느낌. 이런 상태가 바로 우울증이라는 늪의 아슬아슬한 가장자리다.

우리는 우울증을 앓는다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네 아이와 가족을 떠올리면 힘을 낼 수 있을 거다" "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은 사람도 나름 잘살고 있다"라고. 하지만 이는 우울증을 심리학적 또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다. 이게 제일 나은 방법이라곤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뇌 과학은 우울증을 개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의한 질환으로 본다.

<우울할 땐 뇌 과학>은 15년간 뇌 과학을 도구 삼아 '우울증'만 연구해온 우울증 덕후, 앨릭스 코브 박사가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책이다. 책은 뇌 과학이라는 최첨단 과학을 활용해 우울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시작되는지, 증상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근거는 무엇인지, 그에 따른 폐해는 무엇인지 등을 살핀다.

당신은 갑자기 외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나만 빼고 모두 즐겁고 의미 있게 자기 삶을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 나 혼자 세상 모든 어려움을 잔뜩 짊어지고 어느 외딴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 저자는 "만약 이 느낌이 낯설지 않다면, 당신의 뇌도 '우울함의 하강나선'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얘기한다.
 

 
이런 우울증 상태일 때 실제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책은 우울증이 다양한 뇌 회로 간의 조율, 그리고 그 회로들이 서로서로 혹은 세상과 나누는 상호작용에 의해 촉발된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뇌의 두 부위, 전전두피질(생각하는 뇌)과 변연계(느끼는 뇌)가 우울증을 일으키는 주범이며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생긴 상태가 바로 '우울증 상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위 뇌가 '상승나선'을 그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저자는 "우리 뇌 회로들은 우울증을 만드는 능력뿐 아니라 그것을 극복할 능력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몇 가지 긍정적인 감정만으로도 충분히 그 과정에 시동을 걸 수 있다"고 단언한다. 또 운동은 뇌를 튼튼하게 만들어 우울증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에 대항할 힘을 길러주고, 이와 유사하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면 세로토닌(의지력,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이 생성돼 이것이 다시 기분을 좋게 하고 나쁜 습관을 떨치게 해준다고 말한다. 운동과 고마운 마음은 소위 뇌가 상승나선의 시동을 거는 데 필요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일보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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