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편 6편 엮은 소설집
소시민 일상 속 투쟁 그려



강성민 소설가가 등단 5년 만에 표제작을 비롯한 6편의 중·단편을 묶은 소설집 <길가메시 프로젝트>를 펴냈다. 책은 구조적 모순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내야 하는 소시민의 일상 속 투쟁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 간 스무 살 청년이 비인간적인 홍보·배달 일을 하면서 자본의 논리에 매몰돼버리는 과정을 다룬 '역삼동의 전설',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나뉘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노동 현장에서 빚어지는 노동자들간의 갈등을 풀어낸 '정규', 파업 이후 회사로부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해 큰 빚을 지게 된 아빠가 비극적 선택을 하는 과정을 딸의 시선으로 풀어낸 '홀로 아리랑', 먹고사니즘에 잠식되면서 출산을 포기하고 소통의 기회를 잃는 부부들의 삶을 그려낸 '낮달'이 대표적이다.
 
열심히 일해도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의 삶은 20대 시절 공장, 자동차 협력업체 등 두루 근무한 강 작가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강 작가는 "근무했던 당시 불합리한 일을 자주 경험했다. 당시엔 몰랐는데, 이후 공부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의 갑작스러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배경이 된 '기적의 시간'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남·북한 노동자 모습이 촘촘하게 담겼다. 강 작가는 "지난 2015년 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준비를 위해 한 달 정도 금강산에 머무른 적이 있었는데 북한에 대한 시각이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글로 알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 '길가메시 서사시' 주인공이자 죽지 않는 비결을 찾아 헤맨 길가메시에서 착안한 '길가메시 프로젝트'는 SF적인 요소가 녹여 들어 한참 시선이 머문다. 과학의 발전으로 클론을 배양해 신선한 혈액을 공급받고 인간 수명을 정확히 예측하는 미래 사회에서 죽음을 넘어서려는 주인공 안 박사를 중심으로 한 소설은 죽으면서 비로소 삶의 본질을 알게 된 시인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강 작가는 "책 1권만 내보자는 심정으로 2년간 창작에 몰두했다. 쓰다 보니 부족함이 눈에 들어오고 또 다른 창작열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부산일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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