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가 '주유소 등록요건에 관한 고시'를 마련하지 않아 지역 곳곳에 무분별하게 주유소가 입점,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김해시 외동 신세계백화점·이마트김해점과 맞붙은 이마트셀프주유소.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점포와 가까워 사고 발생 시 대규모 인명피해가 우려된다. 배미진 기자

 
김해시 ‘이격 고시’ 미 제정
이마트·신세계百 옆 입점도
놀이터 등 접해도 ‘속수무책’


 
"백화점 옆 주유소에서 폭발사고라도 난다면…."
 
19일 오후 김해시 외동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김해점에 맞붙은 이마트 셀프주유소.
 
김해지역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대규모 유통 점포 뒤편에 자리한 이 주유소의 경우 접근성이 좋다보니 지난 2016년 6월 개점한 이후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과 이마트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상당수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유소 주유기가 백화점·이마트 건물 벽에서 10여m 가량 인접해 설치되어 있다보니 폭발이나 화재 사고 발생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주부 안 모(34·내외동) 씨는 "셀프로 기름을 넣는 주유소가 너무 바짝 붙어있다보니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할 때마다 폭발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어떻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 저런 위치에 주유소를 짓도록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김해시가 '주유소 등록요건에 관한 고시'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20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현행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르면 주유소를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법인은 2만 L 이상 지하 저장시설과 주유기, 화장실을 갖춘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면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주변 시설물과의 이격거리 등을 규정하지 않은 이 법안을 두고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해시는 법안의 미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별도의 '주유소 등록요건에 관한 고시'조차 제정하지 않고 있다. 김해지역에 현재 경남지역에서 가장 많은 주유소가 영업 중인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면적 1328㎡, 지하 기름저장소의 규모가 50만 L에 달하는 이마트 셀프주유소가 들어선 이후 시민들의 불만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반면 전북 전주시가 '전주시 주유소 및 석유대체연료 주유소 등록 요건에 관한 고시'를 지난 2010년 만드는 등 이미 상당수 자치단체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대한 적극적인 보완에 나서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는 주유소 예정지가 통상 대규모 점포, 공동주택,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영유아보육시설 등과 25~50m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들은 김해시가 관련 고시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 주유소가 '김해의 거의 모든 곳'에 자유롭게 입점할 수 있는 현재의 상황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지역 주유업 종사자들도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이른바 '알뜰 주유소'를 잇따라 김해지역에 설립할 경우 사고 위험을 높이는 것은 물론 소규모 주유소의 존립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해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주유소는 지하에 석유저장탱크가 설치된 위험물 시설이라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인근에 지으면 사고 위험도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도 "대형마트 주유소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막고 안전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강제성을 띄는 주유소 등록요건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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