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문학의 향기
금정산 아랫마을 차밭골에 자리 잡은 아동문학 산실문학의 향기 (4)이주홍문학관
  • 수정 2018.03.28 11:11
  • 게재 2018.03.28 09:49
  • 호수 366
  • 13면
  • 정순형 선임기자(junsh@gimhaenews.co.kr)
▲ 이주홍의 집필실이었던 소악서루.

 

동심의 세계로 추억 여행 떠나는 공간
문학을 넘어 그림과 음악에 연극까지
해맑은 어린이 눈으로 바라본 세상

"문학은 순수를 지향해도 의견의 대변자"
젊은 시절, 좌파 활동 소개한 연대기
이념보다 깊고 포근한 '엄마 품' 노래한 작가



부산 금정산 기슭에 자리 잡은 금강공원 아랫마을 차밭골. 보통사람들이 모여 사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주홍문학거리가 나온다.
 
"뻐꾸기 소리에 잠이 들면/ 아련히 떠오르는 오막살이/ 엄마 아빠가 땅을 쪼는/ 내 살던 두메산골…."
 

▲ 문학관 정문.

문학거리 입구 담벼락에는 향파 이주홍이 쓴 동시가 포근한 그림과 함께 걸려 있다. 잠시 추억 여행을 떠나듯 골목길로 들어가면 작가가 쓴 동시와 동화가 적힌 그림들이 줄지어 인사를 한다.
 
'엄마의 품', '해 같이 달 같이만'…. 따뜻하고 섬세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본 작품들이 걸려 있는 골목 한중간에는 이주홍문학관이 있다. '아동문학 1세대'라 불리는 이주홍을 기념하는 문학관이다.
 
외벽을 목조로 단장한 2층 건물에 자리 잡은 이주홍문학관. 낮은 벽 하나 사이로 부인과 자녀들이 사는 집과 연결된 문학관이다. 작가가 1971년부터 세상을 떠난 1987년까지 살았던 인근 마을 집이, 재개발 사업으로 헐리는 바람에 2004년에 이곳으로 옮겨온 문학관이라고 했다.
 
1층 로비에는 작가가 살다간 모습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월탄 박종화와 요산 김정한 등 비슷한 시기에 활약했던 작가들과 찍은 흑백 사진이 향수를 자아낸다.
 
2층 전시실로 올라가면 젊은 시절, 작가가 펴낸 잡지와 단행본 6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직접 디자인하고 표지에 그림까지 그렸다는 각종 잡지와 퉁소를 불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다재다능했던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전시실 오른쪽에는 작가가 집필하던 공간인 '소악서루'가 재현되어 있다. '웃음이 넘치는 산에서 글을 쓰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집필실, 벽면에는 부산 수산대(현 부경대)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강의 노트에 실린 어록이 소개되어 있다.
 

▲ 1층 로비.


"문학은/ 살벌한 세정의 인식/ 아무리 순수를 지향해도/ 증인/ 의견의 대변자/ 항거의 전위 부대…."
 
아동문학가 이주홍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면모가 드러난다. 호기심에 자세히 살펴본 작가의 연대기.
 
1931년 프롤레타리아 동요집 '불볕'과 '농민소설집'의 발간을 주도했고 '편싸움의 노래'를 비롯해서 '계급투쟁'을 부추기는 노래를 작사, 작곡한 경력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온다. 8·15 광복 직후에는 프롤레타리아 문학가동맹 중앙집행위원 겸 미술분과 상임위원. 조선문학가동맹 아동문학위원을 역임한 사실도 기록되어 있다.

 
우리 유치원
작은 친구들이
선생님을 따라 소풍을 나왔어요.
 
처음 와보는
동물원
 
예쁜 새도 많고
사자 호랑이
무섭긴 해도
 
선생님이 계셔서
겁이 안나요.


 
이처럼 맑고 순수한 감성을 노래했던 이주홍이 젊은 시절, 좌파문학 운동을 주도했다니….
 
"식민지 시대에 청년기를 보냈던 이주홍선생님이 독립운동의 한 방편으로 좌파문학에 빠져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8·15광복 후 서울 생활을 접고 부산으로 내려온 1947년부터 좌파문단과 결별하고, 대학 강의에 열중하면서 연극과 순수문학의 길을 걸었지요."
 
좌우 이념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시절, 작가 이주홍 역시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완전히 비켜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학예사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 질풍노도의 시대를 거쳐 온 작가가 과연 어떤 뜻을 품고 어린이들과 함께 웃고 우는 아동문학가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당사자가 굳게 입을 다문 채 세상을 떠난 마당에, 그 배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했다. 그런 눈으로 전시실에 걸려 있는 '동시'를 읽는다면 어쩌면 쉽게 해답을 찾을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커다란 이념보다 훨씬 깊고 포근한 '어머니의 품'을 노래한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면 말이다.
 
"새들이/ 그리 많이 날아도// 구름이/ 그렇게 멀리 떠가도(중략)//이 세상에/ 어머니 보다 큰 것은 없다."
 
김해뉴스 /정순형 선임기자 junsh@


*찾아가는 길
(부산 동래구 금강로 61번길 20-12) 부산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저작권자 © 김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순형 선임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비밀글로 설정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Back to Top